'2년에 한번 꼴' 깎였다…"신약 '약값 보호' 이번엔 꼭"
서정숙 의원, 혁신형 제약기업 의약품 약값 우대 법안 발의
유명무실했던 조항 재추진…제약업계 "이번엔 실현돼야"
"국산 신약 약값 낮고 계속 인하…신약개발 유인 동기 없어"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LG화학의 당뇨병 치료 복합신약 '제미메트'는 2013년 출시 후 5번이나 사용량-약가 연동제로 보험약값이 깎였다. 현재 2개 성분을 담은 '제미메트 50/500㎎'의 약값은 736원으로, 1개 성분인 '제미글로'(LG화학의 당뇨 신약)의 772원보다도 낮은 이상한 실정이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란 의약품의 연간 사용량(판매량)이 당초 예상을 초과하면 다음 해에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판매량 증가를 이유로 약값 인하라는 패널티를 줘도 되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은 제도다.
1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혁신형 제약기업의 의약품 약가를 우대하는 내용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신약의 약가 보호 정책이 가동될지에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미 2018년 12월 이런 내용의 조항이 신설됐음에도, 정부가 후속 입법을 추진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이와 함께 서 의원은 제약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제약산업육성·지원실무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산업혁신실무위원회'로 격상하는 안도 명시했다.
업계는 이번 법안 발의로 자국 신약의 약가를 보호하는 정책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신약 개발 성공 경험이 적은 척박한 환경에서 가까스로 개발해내더라도 정부의 약값 후려치기로 개발 동기가 떨어진다고 지적해왔다.
예를 들어, 동아에스티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개발했지만 낮은 보험약가에 대한 불만으로 국내에서 출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낮게 책정된 보험약값은 다른 국가에서의 약가 설정에도 영향을 미쳐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마저도 제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출시 후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깎여야 한다면 누가 신약 개발을 하겠는가"라며 "보통 수천억원 이상 드는 신약 개발의 동기를 꺾는다. 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발의된 개정안처럼 혁신형 제약 인증 기업의 신약 등이라도 약값 보호를 받는다면 숨통이 좀 트일 것이란 지적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보건복지부가 신약개발 R&D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한 기업으로, 현재 48개사가 해당한다. 전통제약사 35곳, 바이오벤처 10곳, 다국적 제약사 3곳이 포함된다.
국내 제약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 보니, 혁신형 제약사의 약가 우대 방안은 몇 년 전 미국 제약사들이 통상 문제로 반발한 후 진척 없는 상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누구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공급망 교란 문제에 직면한 미국은 동맹국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섰다.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지원금으로 시끄러운 인플레감축법을 시작으로,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까지 보호무역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이유로 산업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약가 완화를 외면하고 있다"며 "혁신형 제약사 약가 우대가 오히려 다국적 제약기업의 혁신형 인증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 임시국회에선 법안이 꼭 통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