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5년간 폐사 수달 13마리 중 9마리 로드킬 당했다
교통 사고 지점, 수달 사는 영산강·광주천·황룡강 주변
광주 수달 서식지·개체수 현황 조사와 보호 조치 전무
환경 단체 "생태 통로·방지턱 마련 등 보호 조치 시급"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뉴시스가 광주 지역 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수달 폐사 지점 13곳의 데이터를 시각화한 지도. 수달들은 주로 영산강 어등대교와 영산강 서창교, 광주천(상무교·금교), 황룡강 등 주로 하천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지난 5년간 폐사한 수달 13마리 중 9마리가 영산강·광주천 주변에서 교통사고(일명 로드킬·Road-kill)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서식 현황 조사와 사고 저감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문화재청·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따르면, 광주에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수달 폐사 사례는 13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건, 2019년 4건, 2020년 4건, 2021년 3건, 지난해 0건이다.
폐사 원인은 교통사고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외상 2건, 어미를 잃은 새끼 수달의 탈진 1건, 원인 불명 1건이 뒤를 이었다.
폐사 지역은 광산구 6곳, 서구 3곳, 북구 2곳, 남·동구 각 1곳이다.
구체적인 장소는 영산강·광주천·황룡강 등 하천이다. 물줄기를 따라 강기슭에 사는 수달의 생활 특성과 일치한다.
특히 영산강과 풍영정천 합류 지점(어등대교) 주변에서 수달 3마리가 매년 1마리씩 차에 받혀 죽었다.
광주천(상무교·금교)과 광산구 광산동·오산동을 가로지르는 황룡강에서도 각 2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서구 영산강 서창교 주변 도로에서도 2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보호종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수달을 물 환경 건강도를 판단하는 지표종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엔 광주천에서 사냥하는 수달들이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최근 5년간 광주 지역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수달들의 사체. 2023.02.04. (사진=문화재청 제공) [email protected]
그러나 광주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달 서식지·개체수 현황이나 보호 조치는 없다.
지난 2012년 광주천 동·식물 '자연생태계조사'에서 수달 서식·배설물이 제2수원지~영산강 합류지점 19.5㎞까지 3개로 나뉜 모든 구간에서 확인됐지만 이후 현황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지난해 '도시생태현황지도'를 발표했지만, 포유류는 산림을 중심으로만 관찰했다.
광주천 산책로·진입로 12곳엔 '야생생물 알림' 표지판이 설치됐지만 수달 폐사 지점에 설치된 보호 안내판은 없다.
대구·서울은 수달 보호를 위해 한국연구수달센터에 용역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단체는 수달 보호 대책 마련과 관련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구조된 수달들이 대부분 교통사고를 당해 숨만 붙어 있거나 죽은 상태"라며 "강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사람 손을 타 구조될 정도면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수달 폐사 집계와 환경 조성 업무가 이원화돼 지속적인 수달 보호·관리가 안 된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만 일시적인 용역 조사만 하고, 환경 변화상 현황과 대책 수립까지 나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전담팀을 구성해 수달 생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태 통로와 방지턱·표지판 설치 등 속도 저감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올해 수달 현황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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