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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대규모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차익 실현 때문"

등록 2023.03.03 17:58:04수정 2023.03.03 18: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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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권자금 53억 달러 순유출…역대 최대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4.22포인트(0.17%) 오른 2432.07에 장을 마감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5.23포인트(1.93%) 상승한 802.42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4.0원 내린 1301.6원에 마감했다. 2023.03.03.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4.22포인트(0.17%) 오른 2432.07에 장을 마감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5.23포인트(1.93%) 상승한 802.42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4.0원 내린 1301.6원에 마감했다. 2023.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투자 자금을 대규모 순유출한 것은 한미 금리 역전 때문이 아닌, 원화 강세와 채권 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손승화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3일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 제하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의 채권자금 잔액은 올해 1월 말 현재 222조원(약 1800억 달러)으로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국고채, 통안증권 등 주요 채권 발행잔액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잔액은 약 636조원(약 5170억 달러)으로 국내증시 시가총액의 26.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2020~2021년 대규모 유입된 이후 지난해에도 대체로 순유입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12월부터 해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큰 폭의 순유출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채권자금이 27억3000만 달러를 순유출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52억9000만 달러 순유출 돼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했다.
    
 채권 투자자는 중앙은행,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 공공기관과 상업은행, 투자회사, 증권사 등 민간 부문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자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이들이 우리나라의 채권 투자자금 순유출을 주도하고 있다.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가 채권 투자 순유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손 과장은 "최근 채권자금 유출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대체로 중장기 투자자로서 단기간의 금리차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미간 금리역전은 지난해 7월부터 발생했는데 이 기간중 채권자금이 일시 순유출되기도 했으나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입됐고 12월 들어서야 유출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과거 1999년 이후 한미간 금리 역전기에도 채권자금은 대체로 순유입된 바 있다. 

외국인이 현물 채권시장에서는 상당 규모 순매도했으나 국채 선물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선물 거래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주로 헤지펀드 등 단기투자자로서 채권금리 하락이나 상승 전망을 바탕으로 순매수 또는 순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이들 외에도 일부 외국 공공기관의 경우 국채선물을 순매수해 투자비중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외국인은 1월중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완화 기대 등으로 국내 채권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되며 국채선물 순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손 과장은 "이러한 선물투자자의 행태는 단기적으로 내외금리차보다는 향후 금리의 향방이 채권투자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글로벌 주가와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이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채권 매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했다. 

손 과장은 "주가와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규모 감소했으며 일부 국부펀드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들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 자금 중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일부 공공기관은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해 국가별 투자비중 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차익거래 유인이 감소한 점도 채권 매도로 이어졌다. 외국인 채권투자자 중 일부는 보유한 미 달러화를 담보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를 빌리는 스와프를 통해 국고채, 통안증권 등에 투자한다. 이 때 원화채권 금리에서 스와프 시장을 통한 원화차입 비용을 제외한 값인 차익거래 유인이 최근 미 달러화 유동성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하면서 크게 축소됐다. 

손 과장은 "최근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 순유출은 한-미간 금리역전 외에 공공기관 투자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차익거래유인 축소, 원화 강세 및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민간기관의 경우 스와프 거래를 활용한 차익거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은행이 차익거래유인 축소에 영향받으며 상당 규모의 순유출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채권자금의 높은 변동성은 그만큼 글로벌 물가,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흐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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