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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 공포…옐런의 낙관론 통할까?

등록 2023.04.12 19:01:00수정 2023.04.13 1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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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조이는 美은행…기업 "자금 마련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대출 부실 이어져…새 뇌관

옐런 "인플레 감소, 노동시장 강세…전망 밝다"

[뉴욕=AP/뉴시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 파산 여파가 확산되면서 신용 경색(Credit Crunch)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전경. 2023.04.11.

[뉴욕=AP/뉴시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 파산 여파가 확산되면서 신용 경색(Credit Crunch)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전경. 2023.04.11.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 파산 여파가 확산되면서 신용 경색(Credit Crunch)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미국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기업들이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우려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안전 자산으로 이동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체 수가 감소하면서 생긴 사무실 공실로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은행권 대출 부실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새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비관적 전망들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낙관론을 내 놓으며 '공포와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다.

대출 조이는 美 은행들…기업들 "자금 마련 어렵다" 호소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타트업과 건설업 등 미국 기업들의 사례들을 토대로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진행하면서 신용 경색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인 업체인 3년차 스타트업 BOXT는 SVB의 파산 사태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 업체는 연말까지 50~100만달러 규모의 프리미엄 와인을 구매해야 하지만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태다.

사라 푸일 BOXT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에 대출이 줄어들면서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 어려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니반 바수 미국건설업협회 수석 경제분석가는 "사람들이 신용 경색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계약 단게에서 신용 경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신용 위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이 신속한 조치에 나서면서 은행 위기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중소은행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에서 예금 이탈이 시작되면 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대출이 줄어들면 결국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용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투자자들 자금 이동 가속화…MMF·금 등 안전자산에 몰려

경기 침체 우려에 투자자들은 예금, 주식 시장에서 돈을 빼고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투자기업협회(ICI)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은행들의 파산으로 안전과 높은 이자율을 찾아 MMF 시장에 몰려든 현금은 3주 만에 약 3040억 달러였으며 이로 인해 3월29일 기준 MMF 총 규모는 5조 2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국제 금값도 안전 자산 선호 현상 속에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최근 1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SVB 파산 이후 은행 위기가 불거지면서 10% 가량 상승했다.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금 수요가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최근 달러화 약세와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값이 사상 최고치인 2069.4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은 금값이 최고 23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4분기까지 금값이 22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봤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대출 부실 이어져…침체 새 뇌관되나

CNN비즈니스는 이날 사무실, 창고, 쇼핑몰 등에 걸친 상업용 부동산은 최근 몇달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 영향으로 사무실 건물들의 타격이 가장 크다. 댈러스와 미니애폴리스에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사무실 활용도가 여전히 낮다. 미국의 평균 사무실 점유율은 현재 2020년 3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가격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코헨 & 스티어스의 리치 힐 부동산 전략 책임자는 경제가 둔화하면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올해 20~25%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사무실의 경우 감소폭이 3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 지역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노출이 많아 우려가 크다. 시그니처은행은 올해 초 미국에서 10번째로 큰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퍼스트리퍼블릭은 9위를 차지했었다.

미 데이터 제공업체 트렙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2700억달러(약 356조 220억원)에 이른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경제학 교수는 "비록 은행 부문의 시스템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전염에 대한 정당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며 고객들이 예금 인출에 나설 수 있다.

경기침체 우려 애써 막는 옐런의 낙관론

이같은 부정적 경기 전망들 속에서도 옐런 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은행 부문에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본 것이 올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장기채권 자산에 손실을 입혔다며 "은행은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확실히 조금 더 신중해지고 대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세계 경제) 전망이 상당히 밝다"며 인플레이션 감소, 공급망 붕괴 완화, 탄력성이 입증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지나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노동 시장이 강세를 보여 "경제적으로 매우 잘 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은행 파산 사태 이후 신용경색 가능성에 대해선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더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부정적 전망들에 이어 IMF의 경고성 메시지들이 나왔음에도 옐런 장관은 낙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옐런 장관의 낙관론이 비관론 진화에 나선 것인지, 정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신용경색 우려와 상업용 부동산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큰 변수는 금리다. 내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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