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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도 버티지 못한 '전세사기'

등록 2023.04.18 18:57:29수정 2023.04.18 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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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사기행각으로 세상 등진 30대 여성은 전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제 2의 인생 생각하며 애견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해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8일 오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30대 여성 A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 가운데 한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사진=A씨 유족 제공) 2023.04.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8일 오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30대 여성 A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 가운데 한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사진=A씨 유족 제공) 2023.04.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00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 중 세 번째로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이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A(31·여)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해머던지기 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아시안게임에서 5위를 기록할 정도로 A씨는 활약을 펼쳤다. 앞서 A씨는 학창시절부터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고등학생 시절 제89·90회 전국체육고등학교 체육대회, 제36·37회 KBS전국육상경기대회 해머던지기 고등부, 제3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해머던지기 등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차례 목에 걸었다. A씨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2017년에 열린 제46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제4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등에서도 수없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실업팀에서 활동하면서 모아온 월급 중 일부를 동생의 학비를 보탤 정도로 가족을 끔찍히 아꼈다. 지난해까지 체육계에 몸을 담았던 A씨는 최근 애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출신 A씨의 굳은 의지는 극심한 생활고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전날 오전 2시12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A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지인에게 발견됐다. 지인의 신고로 A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주거지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전세사기로 인해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날 해당 주택에서는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인천에서는 건축왕의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3.04.17. dy0121@newsis.com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날 해당 주택에서는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인천에서는 건축왕의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3.04.17. [email protected]


A씨는 2019년 9월께 전세보증금 7200만원으로 계약 맺고 인천 미추홀구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년 뒤인 2021년 9월께 재개약을 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리게 됐다. 이후 A씨가 계약한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60세대가량이 한번에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일 때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A씨는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힘들게 벌어왔던 전세보증금을 모두 날려버릴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실제로 A씨의 자택 현관문 앞에는 ‘수도요금 체납입니다. 120번확인 후 납부하세요. 미납시 단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A씨는 사기행각 이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을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도 A씨를 떠올리며 "새벽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며 성실하게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적없고 인사를 나누고 큰 이상이 없었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빈소는 현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으며, 그의 가족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한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께 주안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로 확대 출범한다. 이와 동시에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인이 된 20~30대 청년 3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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