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검사 믿고 털어놓고 싶었다" 신빙성 의심에 반격(종합)
李 공직선거법 재판 이어 정진상 공판서도 '그림'
자금 대가로 민간업자 수용안 李 인지했단 주장
유동규 "하늘에 맹세코 이재명과 둘이 얘기해"
"검사에 '믿어도 되겠나' 물어…털어놓고 싶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편의제공 대가로 뇌물수수 혐의 등에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귀혜 김진아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공약 이행을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민간사업자들의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를 수용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당시 이 대표가 성남 제1공단 부지 공원화 사업을 위한 1000억원대 자금이 마련되면 민간업자들과 사업을 진행하도록 자신과 협의했고,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무렵 진술을 바꾼 계기에 대해서는 "검사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그랬다"고도 털어놨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정 전 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 검찰조사 중 '검사님을 믿고 진술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검사님의 뭘 믿었다는 거냐"고 질문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어떤 경우에도 꺾이지 않고 수사할 사람이 아니면 얘기해 봐야 저만 손해라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며 "그러다 검사에게 '다 수사할 자신 있냐'고 한번 물어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검사가) '그러려고 내가 (수사)한다' 답하기에 '믿어도 되겠냐' 한 마디 물어본게 전부"라며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조사 당시와 다르게 증언한 부분을 주로 지목했다. '검찰에서 생생하게 기억나는 듯 증언한 내용인데 법정에서는 어째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냐'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은 "사전에 모든 진술조서를 보고 학습하려면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판중심주의에 의해서 과거의 어떤 진술도 보지 않고 현재 기억하는 내용대로 말씀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오전에 이뤄진 신문은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4월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이 대표와 대면했다고 증언한 부분에 집중됐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토지수용 문제와 관련해 남욱 변호사에게 '포장해서 시장님한테 던져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진짜 너하고 나만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이 같은 내용을 정 전 실장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부분 등을 거론하며 신빙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시장이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고 그림을 그려가며 '나는 1공단만 있으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라고 했다"며 "공약 이행이 중요하기에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실장 측이 '당시 증인은 대장동 사업에서 1000억원을 만들면 남욱 등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나'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씨가 나한테 그렇게 얘기를 했다. 시장실에 앉아 둘이 그림까지 그려가며"라고 받아쳤다.
정 전 실장 측이 '증인이 그런 인식을 갖고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과 협의했으니 그런 인식을 같고 있었던 것은 맞다. '증인도'가 아니라 (이 대표와) 같이 갖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증언에 대해 신빙성 지적을 계속하는 정 전 실장 측에 "이 자리에서 하늘에 맹세코 말하겠다. 나는 이재명과 머리를 맞대고 1공단 면적을 그림 그려가며 논의했다"며 "명확한 것은 나와 이재명 둘이 있을 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기 이전 검찰조사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을 수 있습니다"라고 추측성 표현을 한 것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이재명에 대해 가급적 (말을) 꺼내는 것이 두려웠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며 "일부러 추측성으로 말한 게 아니고 여지가 있도록 말한 것이다. '이재명과 머리 맞대고 했다'는 고자질을 당시만 해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이 '포장해서 시장님께 던져준다는 워딩을 보면 실제 내용을 그대로 보고하는 것이 아닌, 적절히 포장해 보고하면 통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냐'고 다그쳤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에게 그게 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대장동 사업 개발 방식, 토지수용 방식 등 민간사업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거절했다며 결탁 의혹을 부인했는데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을 시작하며 남욱에서 김만배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며 "김만배는 민간사업보다 공영개발을 통해 공모에 당선되면 본인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은 김씨와 같은 무리인 만큼 전체 과정에서 뇌물 혐의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은 법조계 인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대표에게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그는 "2014년 이후 최재경을 이재명에게도 소개했고, 수내동 복집 끝방에서 만나게 해줬다"며 "최재경이 이재명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하며 종종 봤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에게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약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맡으며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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