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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468회 헌혈 박규태씨 "보람도 건강도 얻었죠"[인터뷰]

등록 2023.06.13 07:00:00수정 2023.06.13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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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기다리다 우연히 시작…회식도 줄이게 돼

"지금도 건강 자신, 헌혈 정년 연장 건의하고파"

[서울=뉴시스] 박규태씨가 헌혈에 참여한 모습. 박씨는 1979년부터 2022년까지 468회 헌혈을 했다. (사진=박규태씨 제공) 2023.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규태씨가 헌혈에 참여한 모습. 박씨는 1979년부터 2022년까지 468회 헌혈을 했다. (사진=박규태씨 제공) 2023.06.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헌혈은 건강해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헌혈을 하면 나 스스로도 건강해집니다."

오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12일 박규태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1953년생인 박씨는 헌혈 정년인 지난해 8월까지 약 40년간 무려 468회의 헌혈을 했다. 1년에 10회 이상, 한 달에 약 1번 꼴로 평생 헌혈을 해 온 셈이다.

박씨가 첫 헌혈을 한 건 1979년 5월16일이다. 시내에 모임이 있었는데 일행보다 일찍 도착한 박씨는 마침 대구역 맞은편에 있던 헌혈 차량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에 생각은 있었지만 여러가지 핑계로 미루고 있었는데 그 날은 마침 기회가 닿아서 처음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헌혈은 박씨의 일상이 됐다. 처음엔 6개월에 한 번씩 헌혈을 하다가 1990년대 새로운 헌혈 기계가 도입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2개월에 1회, 2주에 1회씩 빈도를 늘려 나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혈액 보유량이 부족할 정도로 헌혈이 기피되던 시기에도 꾸준히 팔소매를 걷어 올렸다.

박씨는 헌혈을 통해 건강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70대에 접어들었지만 혈압약, 당뇨약을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박씨는 "내가 건강해야 헌혈을 할 수 있으니까 염분 섭취도 줄이게 되고 회식도 덜 가게 되고, 가더라도 내일 헌혈해야 한다고 하고 술도 덜 먹게 되면서 자연스레 내 건강이 유지됐다"며 "헌혈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또 새로운 피가 생성이 되니까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헌혈 활동에는 가족들의 도움과 지원도 한몫했다.

박씨는 "어머니께서 피를 빼는 일이니까 헌혈을 하기 3일 전부터 미역국을 준비해주셨다. 헌혈 전후로 영양가 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시곤 하셨다"고 회상했다.

건강을 바탕으로 박씨는 현재 지역 노인들에게 탁구와 포켓볼 같은 운동이나 노래를 가르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400회가 넘는 헌혈에도 바늘이 살을 찌를 때는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씨는 이 고통을 희석할 나름대로의 '처방'이 있었다.

박씨는 "한 번은 뱃살을 꼬집으니까 배가 아파서 바늘이 안 아프더라. 그 다음부터는 손가락을 꼬집는다. 손가락은 통증도 금방 가시기 때문에 헌혈할 때 꾸준히 그렇게 해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헌혈로 모은 헌혈증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기도 했다.

그는 "외숙부님이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 제가 모아 둔 헌혈증으로 도움을 드렸는데 많이 고마워하셔서 그때 보람을 느꼈다"며 "주위에 항상 헌혈증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고 나눠주기도 한다. 이 헌혈증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행법상 성분채혈은 만 59세까지, 전혈채혈은 만 69세까지 가능하다. 작년에 헌혈 정년을 맞은 박씨는 "일상처럼 한 헌혈이었는데 아주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혈액행이 O형이어서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다"며 "복지부 장관님을 만나면 헌혈 정년을 10년 늘려 달라고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에 하기가 어렵지만 시작을 하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다"며 "건강해야만 헌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헌혈을 하면 스스로 건강해진다. 나의 건강도, 다른 사람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게 헌혈"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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