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효과 등에 업은 日…국내 산업계 '긴장'[新엔저시대①]
원·엔 환율 한때 800원대로 급락
日 수출 기업 가격경쟁력 올라가
화학·車·철강 국내산업 피해 우려
현장선 "과거와 달라…영향 없다"
한일 경쟁 줄고…달러 결제 늘어
[서울=뉴시스]
8년 만에 엔화 가치 최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69.2로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과 미국 68.5, 한국과 독일 60.3, 한국과 중국 56.0의 순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1%p 낮아지면 우리나라 수출 가격이 0.41%p 하락하고, 수출 물량도 0.20%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 엔저가 원자재 등 수입액을 증가시켜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로 이어져 무역적자가 급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7년과 2015년 과거 엔화 약세가 진행될 때 국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이 업종이 큰 손해를 입었다. 환율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해 일본으로의 수출량이 줄었고, 채산성과 경쟁력이 약화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관세청은 지난 1~20일 수출액이 328억9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3.7%) 이후 10개월 만이다. 2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06.21. [email protected]
낮아진 경합도…"과거와 다를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은 경쟁 구도가 많이 약해진 상태라 국산 제품 대신 일본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부분이 없다"며 "일부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지만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 역시 "엔화 약세로 국내 가전 기업 판매량이 영향을 받던 것은 10년 이상 된 이야기"라며 "글로벌 기준으로도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은 편이라 시장에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반도체 업계도 일단 별다른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달러를 주 결제 통화로 삼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일본 소재·장비 기업과 거래를 할 때도 대부분 달러로 진행된다.
다만 일부 반도체 수출 시장에서 한일 업체 간 경합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은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제품이나,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엔저 효과로 수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日도 해외 공장 많아 엔저효과 저감
예컨대 고흡수성 소재는 기저귀에 사용하는 제품 가격은 국제 가격을 따른다. 일본 업체가 엔저를 등에 업어도 국제 가격을 조정하기 힘들다. 엔저 효과로 일본 기업이 수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의 경쟁 업체 수출에까지 영향을 주기 힘든 상황이다.
정유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유 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진행된다. 일본 정유업체도 대부분 수출보다는 자국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엔저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조선업도 비슷하다. 일본 조선사들은 이미 한국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져 내수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 수주에서도 일본 쪽이 엔저를 앞세워 경쟁력이 좋아진다고 보지 않는다"며 "선사 발주가 이뤄지는 물량이 대부분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저가 수주는 어차피 중국이 담당하게 돼 일본은 뒷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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