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인' 안은진 "부모님도 길채라고 불러요"
'슬의생' 이어 또 하나의 대표작
올해 MBC 드라마 유일한 흥행
"남궁민과 전우애…작품상 기대"
"일과 사랑 둘 다 열심히"
안은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안은진(32)은 MBC TV '연인'으로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대중에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2020~2021)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로 익숙한데, 연인을 통해 폭넓은 연령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상대역인 남궁민(45)과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1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고, 추위를 이겨내며 피난신 등을 찍었다. 그만큼 쉬운 신이 없었지만 "연인도 했는데 못할 게 없다. 모든 게 행운 같다"며 행복해 했다.
"사실 난 (연인이 새로운 대표작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늘 하는 작품마다 열심히 했는데, 주변 반응을 보고 아는 편이다. 예를 들면, 주변 분들이 나를 '추추'에서 '길채'로 부르더라. 현장에선 '길채채'라고 불러줬다. 요즘 부모님도 '길채'라고 하더라. 추추도 있지만, 이제 길채라고 많이 불러줘서 느끼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후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우스갯소리로 '선배들한테 어디 가서 명함 내밀 수 있는 작품했다'고 했다. 힘들었지만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더라.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이 드라마는 병자호란의 병화 속으로 던져진 '이장현'(남궁민)·'유길채'(안은진)의 사랑과 고난 속 희망을 일군 백성들의 이야기다. 두 달 간격을 두고 파트1은 8~9월, 파트2는 10월부터 방송했다. 애초 20회로 기획했으나, 1회 연장해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 역도로 몰린 장형은 관군에게 쫓겨 길채와 헤어졌지만, 극적으로 재회했다. 1회 시청률 5.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21회 12.9%를 찍었다.
올해 MBC 드라마 중 유일한 히트작이다. 남궁민이 MBC 연기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공동대상을 기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욕심이 없다. 열렬하게 축하해주려고 한다. 난 뭐라도 주시면 감사하다. 선배를 많이 의지해서 응원하고 있다"며 "지상파 시상식은 처음이다. 부모님이 구경할 수 있도록 초대권을 빼놨다. 수상보다 1년 동안 한 작품이 사랑을 받아서 작품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궁민 선배는 똑똑하고 디테일하다. 어떻게 찍으면 어떻게 나오는지 알더라. 내가 흔들릴 때마다 명확한 해답을 줬다. 같이 하면 든든하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작업하니 늘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더라. 어깨 너머서 보며 많이 배웠다. 한 작품 내내 기복없어 늘 섬세한 에너지를 보여줬고, 파트너로서 굉장히 편안했다. 내가 흔들려도 쭉 잡고 가고, 부족한 걸 이끌어줬다. 장현과 길채 연기 합이 착 붙일 수 있었던 건 선배 덕분이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2022) 등에서 사극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긴 호흡은 처음이다. 초반엔 준비할 게 많아서 겁을 먹었지만, "캐릭터를 구축한 뒤부터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현장에 가니 모두 해결됐다. 머리 아파하고 고민하고 힘들어 해도, 현장에선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는 걸 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물론 "늘 묶여있고, 맞고 엎어지고 끌려 다녀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극중 전쟁통 속 새까만 얼굴 분장도 쉽지 않았을 터다. 포로로 끌려가면서 점점 얼굴이 상했다. "끌려가기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서 현장에 가면 거의 심양에 끌려간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 동화됐다"고 귀띔했다. "통통 튀는 애기씨가 전쟁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했다. 전쟁과 포로 이야기는 톤이 조금 달랐다"며 "전쟁신 때 다같이 때칠하는 게 좋더라. 얼마나 꼬질꼬질하게 살았는지 볼 수 있지 않느냐. 아무 거리낌 없이 분장을 받았고, '나중엔 더 해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길채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몇 백년 전 역사적인 사건 안에 있었는데, 운명의 소용돌이 안에서 이겨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았다. 중간에 힘들 때마다 길채 덕분에 에너지를 냈다. 그런 대사를 내 입을 통해 하니 나마저도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나중에는 모든 캐릭터가 그랬지만 척하면 척이었다"고 설명했다. 촬영이 힘들었던 만큼, 배우·스태프도 똘똘 뭉쳤다. 스태프 사이에선 무려 아홉 커플이 탄생했다. 안은진 역시 남궁민과 "전우애가 쌓였다"고 할 정도다. "반은 알고 있었고, 반은 종방연 때 알았다. 좀 더 커플이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종방연 때 커플들 보니 행복하더라. 1년의 연인이 탄생했구나 싶다"고 했다.
안은진은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했다. 2018년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검사내전'(2019~2020) '나쁜엄마'(2023)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무엇보다 연인을 통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고 시간 날 때마다 병원에 갔다"면서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극본을 보면 툭하면 툭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돼 11개월간 달려올 수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 연기가 많았지만 어렵지 않았던 이유다. 마지막 촬영하고 스태프 표정이 진짜 밝더라. 원래 '회식 하러 가자'고 하는데, '이제 자러 가자'고 하더라. 많이 헛헛할 것"이라고 했다.
"나의 연인을 찾고 싶지 않냐고? 하하. '나는 솔로' 나가야 하나. 일과 사랑을 같이 할 수는 없느냐. '무한도전' 팬인데, 노홍철씨의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이 뇌리에 박혔다. '같이 갈 수 있는 거구나'라고 느껴서 둘 다 열심히 하겠다. 2023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다. 작품이 잘되고 사랑 받았을 뿐 아니라 배우로서 자신감도 얻었다. '하면 된다'는 걸 몸으로 깨달아서 2024년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불안해 했는데, 이제 경험이 있어서 잘 해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