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속 美서 유대인 세대 간 견해차 커졌다
부모세대 “이스라엘 안보 위협” 위기감 여전
자녀들은 “점령국인 이스라엘이 점령군…당장 평화 이뤄야” 생각
가자전쟁 전후 이스라엘에 대한 젊은 유대인 애착 줄어
[텔아비브=AP/뉴시스]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떨어졌다. 현장을 경찰관이 둘어보고 있다. 2023.12.0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래 일부 유대인 가정에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에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시각 차이가 표출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이스라엘 부모들과 그들의 부모들은 대체로 이스라엘이 안보 위협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그들의 자녀인 Z세대 일부는 이스라엘이 강국이며 점령군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항구적인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컬럼비아대 4학년생인 잭슨 슈와츠는 “많은 미국 유대인 가정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진보적이지만 이스라엘 문제만큼은 부모의 생각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느낀다고 했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최소 4반세기 동안 진보적 입장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 국가를 지지하는 입장이 굳건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자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젊은 미국 유대인들은 대체로 부모들보다 이스라엘에 대한 애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자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달 민주당 여론조사기구 GBAO 스트래티지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 입장에 대한 미 유대인들의 입장이 크게 갈렸다. 36세 이상의 82%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18~35세의 유대인들은 53%만이 지지한 것이다.
조사를 실시한 짐 거스테인은 젊은 미국 유대인들은 적국에 포위돼 있으면서 자살폭탄 공격을 당하던 취약한 이스라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경제 및 군사 강국으로 발전하고 미국의 지원 아래 인접국의 위협에서 벗어난 시기에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이며 특히 보수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대인이 매우 진보적인데 젊은 유대인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나크바(팔레스타인 추방)에 대해 처음 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들이 받은 교육이 “이스라엘이 존재하고 있으며 주변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저지 정통파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한 조너선 타웁스(30)는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과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을 기억하는 부모와 자신의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의 어머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이다. 최근 그를 찾아온 어머니가 그의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반유대주의에 대한 증오가 느껴져 두려웠다고 했다.
타웁스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면서도 유대인이 겪는 고통만 강조하는 어머니가 불편했다.
그는 “양쪽의 입장을 다 지지하는 편인데 마음이 편치 않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서 소외된다는 느낌도 있고 가족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다는 느낌도 있다. 그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인터뷰한 10여명의 젊은 유대인들 가운데 다수가 자신들이 친(親)이스라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유대인 정체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들 역시 이스라엘의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고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지만 팔레스타인의 권리도 적극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과 정착민들의 행태,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응을 비난한다.
브라운대 1학년인 미카 몰츠먼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당장 휴전을 촉구하는 브라운대 유대인(BrownU Jews for Ceasefire Now)' 회원으로서 지난달 대학 건물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그는 부모들이 이스라엘은 지지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부모들이 하마스 공격 이후 예전의 입장으로 돌아섰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이 하는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시온주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부모들과 다툼은 끝이 없다“고 했다.
생각이 바뀐 성장과정
동화작가이자 블로거이고 영화제작자인 남편 마르크 콘블라트(69)는 뉴저지주에서 성장하면서 친구들이 ”유대인“이라고 놀리던 일을 떠올린다.
그는 부인과 대화할 때 ”우리 자식 세대는 거리낌 없이 오늘 저녁 안식일 식사가 있어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주디스와 내가 '딸에게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라고 묻곤 한다“고 했다.
딸 루이사 콘블라트는 201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사회사업 대학원 과정을 다니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부모에게 배운 대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그릇된 역사의 편“에 있는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권력, 특권, 백인들의 문제'에 눈을 떴다는 루이사는 유대인 국가 이념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느낀다고 했다. 지난 한 해 친팔레스타인 운동에 갈수록 더 많이 관여하게 됐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와 다른 반시온주의 운동 단체에도 가입했다.
그는 "유대국가론은 유대인 우월주의에 근거한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이사와는 반대로 부모들은 훨씬 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쪽으로 변해갔다. 결국 그들은 2019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마다 편안하게 느낀 끝에 아예 정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인 친구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갑자기 난 유대인이자 식민주의자에 인종차별주의자가 됐다“고 했다.
세대 간 충돌 눈길…부모·자식이 상반된 시위 참여도
부부는 딸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고 루이사는 아버지가 이스라엘의 점령과 팔레스타인 추방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느냐고 따졌다.
부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폭격으로 숨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루이사도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 시민들이 숨진 것을 슬퍼했다.
루이사의 올케인 타마르 아슨코(36)는 에티오피아에서 4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그는 ”이 땅엔 무조건 옳고 무조건 잘못된 일이란 없다. 이곳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루이사는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가족의 올리브 수확을 도운 뒤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방문했다. 아버지가 전처럼 자신을 꽉 끌어안지 않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모처럼 이스라엘에 왔는데 팔레스타인을 도우러 자리를 비우느냐며 서운하다고 했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 짐을 싸는 동안에도 루이사와 부모가 언성을 높였지만 택시가 도착하자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루이사는 ”가족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