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옥스퍼드 초엘리트'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옥스퍼드 초엘리트'는 반세기 전부터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이 어떻게 현재의 영국 정치를 만들어내고 펼쳐왔는지에 대해 짧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옥스퍼드대학 동문인 보리스 존슨, 대니얼 해넌, 제이컵 리스모그 등이 영국을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자,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 초엘리트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과정을 면밀히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다.
책에서는 흙수저들도 명암 대비가 뚜렷하게 가감 없이 묘사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에 반대 증언을 한 핵심 증인인 피오나 힐은 원래 옥스퍼드의 허트퍼드칼리지에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사립학교 출신들에 비해 배경지식이 달렸고, 면접 날 한 여학생이 발을 걸어 코피가 났으며, 엄마가 손수 떠준 옷을 입고 가 창피만 당했다. 결국 힐은 세인트앤드루스에 입학했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내 말투와 옷차림을 보고 웃었다. 이것은 내가 겪었던 가장 끔찍하고 창피한 경험이었다.” 옥스퍼드에서 흙수저들은 키나 몸집이 작고, 여드름이 나고, 후드티 차림으로 학교 정원을 종종거리며 다녔다. 반면 사립기숙학교 출신들은 “아름답고 유서 깊은 건물에서 교육받는 데 익숙”했다. 그들에게 높은 천장에 수백 년 이상 된 고색창연한 빅토리아풍 건물은 독특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미래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 건축은 상류층과 하류층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유산이었다.
책의 원제는 Chums, 즉 ‘동료’라는 뜻으로, 옥스퍼드(그리고 사립 이튼) 출신들이 영국의 최상위층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