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집단유급되면 '예비 의대생'까지 피해 눈덩이
의대 16곳 유급 위기에 수업 열었지만 출석 저조
이대로 가면 출석일수 미달로 '낙제 유급' 불가피
집단유급 발생하면 2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 들어
최악은 6년, 길게는 5년…교육여건 감당 못할 피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강의실에 전공 서적만 놓여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자 경북대학교는 이날 수업을 재개했으나, 강의실은 불이 꺼져 있다. 2024.04.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성소의 기자 =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사 일정을 연거푸 미루던 대학들이 수업 재개에 돌입했지만 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출석일수 미달에 따른 유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어 사태다 길어지면 향후 5~6년 이상 학부 의학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9일 교육부가 전날인 8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현재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전체 40개교 중 16개교(40%)다.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한 배경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정하고 있는 임상실습 이수 기준 등 계획한 학사 일정을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출석일수 미달로 인한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휴강과 개강 연기로 대응해 왔지만, 더 일정을 미루면 대학 탓에 유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을 재개했음에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출석일수 미달로 인해 낙제(F)를 받고 학칙에 따라 집단 유급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는 여전한 상태다.
전북대, 영남대 등 일부 대면 강의를 재개한 의대도 있으나 의대생들의 참여율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영남대 의대에서도 본과 1~4학년 299명 중 2%에 해당하는 단 6명만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학기 중간고사 시기가 되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대학들은 대개 출석일수 미달에 더해 시험까지 치르지 않으면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북대는 1학기 중간고사를 다음 달 3~7일에 잡았다. 일부 대학들 사이에선 4월 중하순이 데드라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럴 경우 의대생들이 등록금이라도 돌려 받으려면 휴학을 승인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 변동 가능성도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대학들의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학이든 유급이든 우리 학생들에게 앞으로 닥치게 될 교육 여건을 생각해보면 허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과 1학년 전원 유급을 가정하면, 2025학년도에 증원된 정원에 맞춰 입학할 5058명과 올해 3058명까지 8000여명이 수업을 동시에 듣게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악의 경우 아직 의대에 입학하지 않은 예비 의대생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예과 1학년은 신입생이라 휴학이 어려워 보다 많은 대학(24개교)에서 전공 수업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과장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 유급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는 점은 정부와 의료계 간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온건한 의대 교수 사이에서도 제기돼 왔다.
[세종=뉴시스] 고려대 의대 교수인 조윤정 전 전국의과대학교수회연합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설명한 고려대 의대 증원 및 집단유급 시뮬레이션. (자료=전의교협 제공). 2024.04.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지난달 25일 고려대 의대 교수인 조윤정 전 전국의과대학교수회연합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대 의대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상황을 전하며 집단 유급 시 교육이 불가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현재 신입생인 예과 1학년은 수업을 듣고 있는 만큼, 수업을 거부한 예과 2학년들의 대규모 유급으로 내년도부터 최대 2개 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은 본과 4학년인 2029년까지 5년 동안 이어진다.
여기에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그대로 관철시킨다면 2025학년도엔 증원된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가와 의료계에선 교육 여건 확충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최소 3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두 개 학년에 해당하는 인원이 5년을 같이 다닌다면 교육할 수 없다. 학부모들부터 항의할 것"이라며 "요즘은 인턴 숙소에 따뜻한 물 나오지 않는다고 학부모가 학교에 전화를 해 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강의실과 실습실, 소규모 강의실 등 시설은 여러 학년이 공유하고 있다"며 "시설 자체도 (늘어난 인원을 수용하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당국자들 사에서도 파국을 면하려면 정부와 전공의가 속히 마주앉아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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