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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GPS 공격 대응 방안은?…"교란 전파를 다시 교란"

등록 2024.05.31 08:27:33수정 2024.05.31 08: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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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장 단순한 '재밍' 공격 활용…방해 전파 무효화로 대응 가능

"韓도 GPS 교란 대응 기술 갖춰…민간 전면 도입은 비용이 발목"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 위성.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 위성.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북한이 서해 지역에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교란 공격을 자행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방안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이미 십수년 전부터 꾸준히 GPS 교란 공격을 시도해온 만큼 우리 군 및 주요 공공기관은 GPS 교란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항재밍'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항재밍 기술은 비교적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은 북한이 보내는 교란용 방해 전파를 역으로 다시 교란하거나, 훨씬 더 강한 출력의 전파를 내보내 방해 전파 자체를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3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 따르면 GPS는 약 2만㎞ 중궤도 상공에서 약 12시간 주기로 지구를 돌고 있는 총 24개의 위성으로 가동되는 위성항법시스템(GNSS)이다. 지구 전체를 범위로 해 수백만개의 GPS 단말기에 위치값을 송신해주지만 지상에서 2만㎞나 떨어져있는 만큼 GPS 전파의 신호는 매우 약한 수준이다.

GPS 교란과 같은 공격 행위가 가능한 것도 이처럼 신호가 약하기 때문이다. GPS 교란 공격은 크게 ▲GPS 신호보다 더 강한 잡음 신호를 보내 수신기 사용을 막는 '재밍' ▲GPS 신호를 중간에서 가로채 수신을 지연시키고 현재 위치 파악을 방해하는 '항로 혼란' ▲가짜 GPS 신호를 진짜 신호보다 더 강하게 전송해서 상대방을 완전히 속이는 '기만'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은 가장 단순한 방식인 재밍 공격을 주로 활용한다. 공격용 장치 제작도 비교적 간단하고 공격 방법도 고출력 신호를 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재밍보다 고차원적인 방식인 항로 혼란이나 기만 공격 등은 '스푸핑'이라고도 불린다.

이같은 전파교란 공격에 대응하는 기술은 크게 안테나 기반 기술과 수신기 기반 기술로 나뉜다. 안테나 기반 기술은 수신기의 안테나 빔을 GPS 위성으로 집중시켜 진짜 신호를 받게 하는 '빔 성형 기법', 재밍 신호를 억압해 널링(무효화)시키고 진짜 신호만 받는 '방사 패턴 제어 안테나 기법' 등이 대표적이다.

수신기 기반 기술에는 GPS 신호를 전파 교란이 없는 다른 주파수 대역으로 바꾸거나, 디지털 신호처리를 사용한 재밍 제거, 관성항법기술 결합 등이 있다.
[서울=뉴시스] 공군작전사령부 우주작전대대와 주한마우주군으로 구성된 한미우주통합팀이 지난 22일 연합편대군 종합훈련 중 적 GPS 재밍 도발 상황을 가정해 재밍 좌표와 영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공군작전사령부 우주작전대대와 주한마우주군으로 구성된 한미우주통합팀이 지난 22일 연합편대군 종합훈련 중 적 GPS 재밍 도발 상황을 가정해 재밍 좌표와 영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전파 교란 방지기술은 이미 우리나라도 확보하고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특히 가짜 교란 신호를 파내고 진짜 신호를 받게 하는 널링 기술 등이 충분히 개발돼있고, 특히 군용 대응 장비는 민용보다 1000배 가량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성항법연구 전문가인 이상욱 ETRI 박사는 "전파 교란인 재밍을 방지하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확보돼있고 장비도 상용화돼있는데, 이 장비의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군용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안보를 위해 고가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민간기업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용 장비 등은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대한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민간 통신 장비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간 북한의 GPS 공격이 있을 때마다 관련 피해는 군용 장비보다는 스마트폰 통신이나 내비게이션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

최신형 군용 장비는 아예 신호 자체가 암호화되는 군사용 GPS를 사용해 전파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민간과 같은 상용 GPS를 사용하는 구형 노후 장비의 경우에는 수동으로 운용하거나 GPS가 아닌 관성항법장비로 대체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민간 이동통신기지국의 경우에는 가격이 비싸 GPS 교란 공격 대응 장비를 설치하기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GPS 교란 공격의 경우 어떤 기술로도 100%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북한이 전파 교란에 대응하는 항재밍 기술을 뛰어넘는 1㎾ 수준의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쏘면 최남단에 있는 흑산도까지도 GPS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GPS 교란 공격은 한가지 기술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교란과 방어 기술이 맞설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이 계속해서 전파 공격을 시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실제 현대전에서도 GPS 공격의 위험성이 드러난 만큼 꾸준한 감시와 빠른 대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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