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은 안뎀이댜’…고암 이응노 탄생 120주년 기념전
서울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2,3관서 개최
이응노, '취야-외상은 안뎀이댜', 195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42 x 55cm. ⓒ Lee UngNo / ADAGP, Paris - SACK, Seoul, 2024. 사진=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고암(顧菴) 이응노(1904∼1989) 탄생 120주년 기념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6일부터 총 2부로 펼친 전시는 고암이 문인화(文人畫)의 전통을 넘어 삶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30대의 시절부터, '군상'으로 인간 탐구의 절정에 이른 말년까지의 작업을 망라한다. 회화 110여점, 조각 1점을 선보인다.
1950~1960년대 미공개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특히 1950년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취야' 연작이 2점 공개되어 주목된다. 전경에 놓인 탁자 둘레에 둘 셋의 사람이 앉아 술을 마시고, 그 뒤로 여러 인물 군상이 배경으로 묻히듯 그려지는 고암의 50년대 화풍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밀짚 모자를 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의 중앙에는 웃는 눈의 돼지머리가 걸렸고, 그 왼쪽 끝에 ‘외상은 안뎀이댜’라고 고암이 직접 쓴 글씨가 남아있다.
“1955년에 그린 취야는 자화상 같은 그림이었지요. 그 무렵 자포자기한 생활을 하는 동안 보았던 밤시장의 풍경과 생존 경쟁을 해야만 하는 서민 생활의 체취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 역시 나는 권력자보다는 약한 사람들,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 움직이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뭔가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쪽에 관심이 갔고, 그들 속에 나도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응노, 박인경, 도미야마 다에코와의 대담 中)
고암 이응노 탄생 120주년 기념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미공개 작품 중에는 고암이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대전,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옥중에서 그린 풍경 2점도 포함되어 있다. ‘69년 3월 안양교도소에서 고암’이라고 관지를 남긴 작품은 안양교도소 뒷산인 모락산을 그린 것이다. 또한 이응노가 저술한 중·고등학생용 미술교재 '동양화의 감상과 기법'(1956)의 초판본도 공개됐는데, 이 책의 도판으로 수록된 정물화 '배추'의 원본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7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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