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국내 첫 A-BNCT 개발…"악성 뇌종양 사멸 효과"
폴란드 세계 BNCT 학술대회서 임상결과 발표
"4세대 암치료기, 안정성 입증…임상2상 앞둬"
[서울=뉴시스]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A-BNCT) 치료 전후 사진. A-BNCT는 붕소 화합물을 체내 주입한 후 붕소를 섭취한 종양 세포에 중성자를 조사해 핵반응을 일으켜 종양 세포만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사진= 가천대길병원 제공) 2024.07.24. [email protected].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4세대 ‘꿈의 암 치료기’로 알려진 A-BNCT의 임상 1상을 마무리해 치료 안정성을 확보했고 개발 과정과 임상 결과를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폴란드 크라쿠프(Kracow)에서 열린 '국제 BNCT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내에서 지난해 기준 총 1962건의 새로운 교모세포종 환자가 진단됐다. 교모세포종은 신경상피종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교세포종의 42%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종양이다. 종양의 증식 속도가 빠르고 주변 뇌 조직으로 침투해 자라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어렵다. 국내 교모세포종 환자들의 1, 2, 3, 5년 생존율은 각각 47.2%, 20.0%, 13.0%, 8.9%(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불과한 이유다. 중간 생존기간도 14개월이며, 10년 생존율은 5.3%이다.
길병원에 따르면 A-BNCT는 치료 과정에서 정상 세포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아 이론상 완벽에 가까운 암 치료 방법이다. 악성뇌종양이나 재발암 혹은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침윤성 암 등 기존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도 치료 가능하다. 또 수 차례 반복해야 하는 다른 방사선 치료와 달리 단 1회로 치료가 끝난다.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다원메닥스 등과 공동 개발해 임상 시험 중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악성 종양인 교모세포종 환자 6명을 대상으로 202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임상 1상을 진행해 치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치료 받은 환자 6명 중 2명은 경과가 매우 좋고, 2명은 기존 치료와 비슷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고, 2명은 추적기간이 짧아 기존 치료와 비교가 어려운 상태다.
다만 병원은 임상 대상자들이 모두 재발한 교모세포종 환자임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치료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첫 번째 임상 환자가 18개월째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대부분의 환자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임상을 총괄하고 있는 신경외과 이기택 교수는 국제 BNCT 학술대회에서 임상 결과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올해 20번째 개최된 이번 행사는 전 세계 BNCT 관련 의료기관, 연구소, 기업 등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다.
이 교수는 “첫 번째 환자가 매우 좋은 예후(치료 후 병의 진행 경과)를 보일 뿐 아니라 유효성 측면에서 기존 치료 대비 월등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치료가 어려운 암 환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임상 과정도 내실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를 받은 첫 번째 환자는 39세 뇌종양 환자 K씨다. 뇌종양 치료를 위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교모세포종으로 진단됐다. K씨는 교모세포종 표준 치료인 수술과 약물·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순조로웠지만 이어진 검진에서 교모세포종 재발이 확인됐다.
재발 교모세포종은 기대 수명이 약 10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2번째 수술을 받은 K씨는 절박한 마음에 임상 1상 중인 붕소중성자포획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길병원은 "치료 초기 치료 부위 암세포가 커지고 주변부 부종 소견이 발견됐지만, A-BNCT의 뛰어난 효과에 의한 방사선괴사가 원인으로 밝혀졌다"면서 "추가적인 약물치료 후 증상은 호전됐고, 교모세포종은 상당히 사멸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임상 1상을 최종 완료하고 증례기록서(CSR) 제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환자들의 경과를 살펴 연내 임상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이번 임상에서 다뤄진 교모세포종 외에도 두경부암, 악성뇌종양, 피부 흑색종 같은 난치암으로 적응증(사용범위)을 확대할 전망이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악성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 의미가 깊다”며 “가천대 길병원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BNCT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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