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 또 격랑으로…"거부권 건의할 것" vs "즉각 공포해야"
21대 국회서 거부권 행사…8개월 만에 다시 본회의 통과
고용장관 "동의 못해"…6일 국무회의서 거부권 건의할 듯
노동계, 거부권 행사 가능성 '촉각'…노정관계 격랑 예고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른 고용노동부 장관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8개월 만에 다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계는 환영하고 경영계는 반발하는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하고 나서면서 노정관계가 다시 격랑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개정안은 5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9명 가운데 찬성 177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노동계 '숙원'이지만…고용장관, 尹에 거부권 행사 건의 시사
당초 이 법은 지난해 11월 제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법안은 최종 부결됐다.
이번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개정안들은 21대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법안보다 더 강경한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대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노동자 노조 가입 허용 등이다.
이번에도 법률안 공포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격렬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헌법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으로 재의요구권, 즉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로 법률안을 돌려보낼 수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법안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어려움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견됨에도 이를 외면하는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오늘 강행처리된 개정안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노조 파업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해 노조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고, 노조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법,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과 충돌하는 개정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수의 근로자와 노동약자를 위한 방안을 노사정과 여야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해야 할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6일 오전 열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석운(앞줄 왼쪽 네 번째)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 공동대표, 신장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 2024.06.18. [email protected]
근로시간·계속고용 등 사안 수두룩한데…노정관계 또 경직되나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복귀하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다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와 사회적대화 참여를 연결짓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노사정은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 개편 문제, 고령층의 계속고용 문제, 임금체계 개편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반노동' 발언 논란을 빚어온 김문수 전 경사노위 위원장이 차기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다, 노란봉투법까지 입법이 무산되면 한 차례 봉합됐던 갈등이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는 이날 법안 통과에 환영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노총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통과됐다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입으로는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면서 정작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묻지마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배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노동약자가 아니면 누가 약자겠느냐"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윤 대통령이 진정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면 노조법을 즉시 공포해 노동약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당장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계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여년 동안 피눈물로 싸워 쟁취한 개정 노조법이 폐기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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