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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 결국 꺼낸 정부…"강남권 유력" 전망

등록 2024.08.09 06:00:00수정 2024.08.09 06: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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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세곡동 그린벨트 해제 이후 12년 만

일각선 '로또 아파트' 재연·녹지감소 등 우려

11월 해제 지역 발표시점 맞춰 환경영향평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 결국 꺼낸 정부…"강남권 유력" 전망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서울 강남권역의 집값이 치솟자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신규 택지로 개발함으로써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자체가 8~10년은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데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후 나타난 '로또 아파트' 논란이 재연되고 녹지 감소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8일 수도권 신규택지 공급 물량을 올해 5만호, 내년 3만호 등 총 8만호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11월 해제지역 발표 시점 맞춰 환경영향평가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녹지 보존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개발제한구역이다. 1971년 처음 지정된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이후 해제와 재지정 등 조정을 거쳤으며 현재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 약 149㎢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개발 수요가 인정돼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는 대규모 개발사업 수요가 있을 때 30만㎡ 이상 해제도 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환경 분야 전문가와 단체들의 반대가 거셌다. 국토부는 지자체인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에 합의했지만 아직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및 농림식품부와의 협의는 거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11월 구체적인 해제지역 발표 시점에 맞춰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3등급 이하는 국토부가 지자체 협의를 거쳐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여러 차례 그린벨트 해제 또는 기준 완화를 강조해온 만큼 환경영향평가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며 "지방의 경우 보전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와 과학이 발전하는데 40년 전에 (만들어진) 틀에 박혀서 계속 하는 부분은 부적절하다"며 "여러 여건 변화를 반영해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기준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김배성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택지 공급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이 보상, 지장물 등인데 일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는 그보다 도심 개발이 빠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 "강북은 산이라 강남권이 유력…집값 안정 효과는 글쎄"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강남권 등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강남·서초의 내곡동, 세곡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했을 때에도 결국 주변 아파트 시세와 같아지다가 폭등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강북은 산이므로 결국 강남권이 유력하고 거기에 얼마 만큼의 물량공급이 가능하고 그걸로 시장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 관건"이라며 "모 아파트 단지의 규모가 약 1만 세대라는 것에 비춰보면 그 물량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전역으로 파급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경험적으로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할 필요성은 낮아진다"고 꼬집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주택 물량 확보는 그 취지로 밝힌 미래세대를 위한 것과는 거리가 오히려 멀다"면서 "서울은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로 전국 266.01㎡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녹지 면적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서울 인근의 보존 가능한 지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키고 지금까지 계획한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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