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얼굴·팔에 손톱자국' 9세아, 알몸으로 내몰려…누가 그랬나 봤더니

등록 2024.08.27 06:01:00수정 2024.08.27 06:07: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적장애 앓는 9살 초등생 "화장실서 등 때리고 옷 벗겨"

범인은 피해학생과 같은 반 친구 추정

"가해학생, 전학처분 받아"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9살 초등학생이 나체로 길거리를 배회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을 폭행하고 옷을 벗긴 가해 학생은 가장 센 전학 처분을 받았다.

지난 22일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알몸으로 거리에 내몰린 9세 아이, 그날의 진실은?'이라는 주제로 알몸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추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 아동 A군은 7세 때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고 현재 언어장애를 앓고 있다. 사건은 지난 6월 19일 오후 1시 30분께 발생했다.

이날 A군 부모는 경찰로부터 "A군이 오늘 밖에서 옷을 벗고 돌아다녀서 신고가 들어왔다. A군 말로는 ○○이가 자기 옷을 뺏었다더라"는 연락을 받았다.

깜짝 놀란 A군 부모는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A군은 노란색 조끼를 입은 상태로 울고 있었다. A군은 누군가에게 맞고, 옷을 뺏겼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군의 얼굴과 팔에는 손톱자국이 있었고, 등은 빨개져 있었다. 이에 가족들은 곧장 A군의 옷과 가방을 찾아 나섰다.

A군이 발견된 건물을 찾아가 보니 가방은 소변기 사이에 있었고, 열려 있었다. 가방 안엔 A군 옷이 들어 있었는데 젖은 상태였다.

A군 부모는 "이걸 경찰한테 보여주자, 옷을 세탁하지 말고 보관하라고 했다. 옷방에 따로 놔뒀는데 아이 옷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더라"면서 "아이 옷을 못 입도록 훼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이에 A군 부모는 지난달 29일 옷에 묻은 액체를 알아내기 위해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맡겼다.

제작진은 A군의 속마음을 들어보기로 했다. A군은 "○○○ 때문에 잘 못 잔다. ○○○한테 당한 게 계속 생각 난다"며 "○○○이 맛있는 거 먹자고 해서 따라갔다. ○○○은 날 괴롭히는 친구"라고 주장했다.

알고보니 범인은 A군과 같은 반 친구 B군으로 추정됐다. 사건이 발생한 6월 19일, 두 아이의 행적을 CCTV로 확인했다.

오후 1시 10분께, 두 아이는 함께 하교에 나섰고 목적지를 정한 듯 이동했다. 두 아이가 도착한 곳은 큰 사거리의 한 상가 건물이었다. 이어 아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아이들은 4층으로 갔는데, 이곳에는 B군이 다니는 학원이 있었다. 두 아이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8분여 뒤 A군이 알몸으로 B군과 함께 나왔다.

8분 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A군은 "내 등을 10대 때리고 옷을 벗겼다. 싫었다. 옷은 B 군이 가방에 넣었다.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옷을 입지 않고 밖에 나갔을 때 부끄럽고 싫었다고 했다. A군은 "B군이 사과하면 안 받아줄 거다. B군이 손 들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알몸 상태였던 A군은 엘리베이터에서 눈물을 닦았다. 그는 1층으로 내려와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사진=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A군을 5년 간 지켜본 장애아동 발달센터 관계자는 "옷 벗는 습성이라는 건 없다. 어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도 아니고 감각적으로 예민하지도 않다"며 "(A군은) 정말 조용하고 온순하고 뭔가 얘기하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친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B군은 "내가 옷을 벗긴 게 아니라 A군이 성질나서 자기가 벗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또 그는 교실로 가던 중 오히려 A군이 먼저 두 대나 세게 때리고 웃으면서 도망쳤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아동심리 전문가는 "말이 좀 안 맞는다. (A군이 성질 나서 혼자 옷을 벗었다면) A군은 굉장한 흥분 상태였어야 한다"며 "(알몸 상태로) 되게 천천히 걷는 건 당황한 모습이다. 옷을 벗은 게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이후 A군은 '내가 왜 폭행을 당했을까'라고 질문하거나 잠을 못 자고 악몽을 꾸는 등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한다. 전문가는 "특히 이렇게 옷을 벗긴다는 건 사람에게 최고의 수치심이다"며 "현재 (A군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모습들이 보여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군 부부는 "저희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계속할 거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52일째 되는 이달 9일, B군 부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B군 아버지는 "학교폭력 심의위 결과가 나왔는데 (강제) 전학으로 나왔다. 저희도 이거에 대한 처벌을 받긴 받아야 하는 거고, B군한테는 아직 몇 번 더 물어보긴 할 거다"면서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떨어진다면 사과를 드려야죠"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폭력에 따른 조치는 1호 서면 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총 9단계로 구성돼 있다.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교에서는 퇴학 처분을 내릴 수 없어 가장 중대한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게는 8호 전학 조치를 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