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최악' 학교폭력 조사…"대입 불이익" 안 먹히자 공개 미뤘나
교육부, 올해 상반기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공개
325만명 중 2.1% "학폭 당했다"…11년새 최고 수치
학폭위 심의건수와 고교 피해 응답률도 상승 추세
교육부, 2차 표본조사 늦장 공개하고 새 대책도 없어
조사 분석한 전문가들 "일상 속 예방교육 강화" 반복
[서울=뉴시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5학년도부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반영하기로 한 대학 수는 전형별로 ▲수능위주(정시) 21곳, ▲학생부종합 112곳 ▲학생부교과 27곳 ▲논술 9곳 ▲실기·실적(체육특기자 외) 25곳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대입 불이익'이라는 초강수에도 약발이 듣지 않는 듯해 새로운 관점의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역대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대입에 직결돼 체감도가 높은 고등학생 응답률도 더러 높아졌다.
교육부는 25일 공개한 '2024년 제1차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결과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초4~고3 학생이 응답자 2.1%로 나온 것을 두고 "최근 3년 간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2.1%라는 피해 응답률은 첫 조사인 2013년 2.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 첫 해인 2020년부터 매년 0.9%→1.1%→1.7%→1.9%→2.1% 순으로 상승 추세임은 부정할 수 없다.
비록 학생들이 교육 당국의 설문에 임의로 응답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중대한 학교폭력으로 판단돼 교육지원청에 넘어가는 심의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 동안 전체 신고건수는 4만4444건→5만7981건→6만1445건으로, 이 중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는 1만5653건→2만1565건→2만3579건 등 순으로 동반 상승했다.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고, 끝내 또래를 상대로 강제 전학 등의 징계를 다투는 자리까지 이른 사례도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앞서 학교폭력 관련 법률에 정해진 원칙을 스스로 깨면서 실태조사 공개를 늦춘 바 있다. 대책을 보다 다듬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지난해 4월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안착을 거듭 밝힌데 그쳤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교육감의 임무로 '실태조사를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2년 하반기 실시 2차 실태조사부터 발표가 거듭 늦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오석환 차관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09.25. [email protected]
그래야 교육청들이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교육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2차 실태조사 발표를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하지 않다가, 지난 7월 말 조사를 돌연 다시 늦춘 사실이 알려지자 질타를 받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지적을 받자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도 다듬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지난해 4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학교전담경찰관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올해 1학기 들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보강책은 실태조사를 검토한 뒤 내년 상반기에 관계 부처와 함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내놓겠다고 했다. '시도별 조사 결과를 분석해 학교별 맞춤형 지원 대책을 내겠다'는 방향만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지난해 4월 근절 대책 핵심으로 꼽힌 것은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한 전담조사관 등이 아니었다. 징계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감점 등 불이익을 모든 대입 전형에 부여하는 '엄벌주의'였다.
이미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다수가 지금 치러지고 있는 2025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선제적으로 학폭 징계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을 반드시 줘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 4~5월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고교생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5%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고등학교 단계의 학폭위 심의건수 역시 지난해 4828건으로 전년도 4377건보다 더 많아졌다.
최근 학교폭력은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고소와 맞고소를 거듭하고 법정까지 가는 극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엄벌주의 처방이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피해 응답률이 높아진 원인을 짚었다.
그는 "코로나19 때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가 어려웠던 만큼 이로 인한 누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예방교육이 설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임우영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코로나19로 인한 또래 관계 형성 부족 경험이 피해 응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나 '예방교육 강화'는 매년 교육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반복했던 것인데다 학생들이 얼마나 심도 있게 참여하고 문화가 바뀔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3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만큼 문항을 복잡하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원인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 해결 대책을 찾으려면 교사와 가정 등 다양한 환경 변인을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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