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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부당대출에 계열사까지…금융당국 "조직문화가 근본 문제"

등록 2024.10.08 14:44:21수정 2024.10.08 19: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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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27일 오전 9시께 우리은행 대출비리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및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과 사건 관련자 주거지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2024.08.2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27일 오전 9시께 우리은행 대출비리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및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과 사건 관련자 주거지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2024.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이정필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캐피탈 검사 결과는 회장을 위한 부당 대출에 은행은 물론 계열사까지 전면적으로 동원됐다는 면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제왕적 회장 권한과 이를 따르는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결국 부당대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우리금융 계열사에 대한 부당대출 적발 사례를 공개했다. 검사 결과,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부정한 방법으로 총 14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금융 계열사는 대출 조건이 안 되는데도 대규모 대출을 내주고, 신용도·담보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만기연장을 승인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은 이렇게 받은 기업대출을 개인계좌로 이체해 사적으로 유용했다.

우리은행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는데, 계열사에서도 똑같은 비위행위가 일어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단발적 금융사고가 아니라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전사적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 "승진 위한 줄서기 문화" 근본 원인 지적 

이 때문에 왜 유독 우리은행에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일고 있다.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리금융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신 성분에 따라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밀고 당겨주며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만연한데, 이런 행위가 내부에서 곪아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부당대출을 모의한 관련자들도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부당대출을 실행한 우리금융저축은행 여신심사1부장, 우리캐피탈 부동산금융팀장뿐 아니라, 부당대출 혜택을 받은 손 전 회장 친인척 회사의 재무이사(CFO)까지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다. 이들은 우리은행에 재직하다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전임 회장 친인척 회사로 재취업한 케이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우리은행 부당대출 혐의로 구속된 전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장과도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캐피탈 모두 선릉에 위치한 빌딩을 함께 사용했는데, 같은 우리은행 출신인 데다 공동 건물을 쓰면서 관계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전 선릉금융센터장은 당시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우리캐피탈의 부당대출을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우리금융의 조직문화가 태생적으로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발생했다고 본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대등 합병해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파벌이 형성됐고, 이에 따른 폐쇄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매번 극심한 파벌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은행장 선발 과정에서도 한일·상업 출신의 균형을 맞춰 안배해야 했고, 이런 관행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때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잘못된 관료주의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권 입김에 취약한 은행이다 보니 '줄서기' 문화가 만연하고 결국에는 제대로 된 성과주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임종룡 회장 개혁 숙제…해결책 없나

외부출신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을 개혁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사권을 가지고도 지금까지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지 못했고, 관련 금융범죄를 사전에 막지 못했으며, 감독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비판하는 점도 임 회장의 조직관리 부분이다.

금감원이 금융권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이에 대한 우리금융의 성과가 미미하고 임 회장 역시 기존 조직문화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부당대출 사태가 외부에 드러나게 된 배경도 우리금융의 공식 보고가 아니라 우리은행 내부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당대출로 회사가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임 회장 대신 누가 후임자가 될지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라며 "이는 조직 문화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대출이 가능한 다른 계열사들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에 총동원됐다는 것은 업계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직에서 회장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밑에서 상부로 충성 경쟁을 벌인 것은 아닌지 싶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금감원의 중간검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의 현장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임 회장은 오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정무위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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