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정 무시하고 무조건 나가라?"… 영암군 행정소송 패소
유적지 입점 업주 '퇴거·원상복구' 계고에 행정 하자
'허가 연장 요구' 업주에 "행정대집행" 통지만 되풀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효력 무력화 처분…당연 무효"
[서울=뉴시스]법원 이미지.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전남 영암군이 공유재산인 유적지에서 영업한 업주에게 사용 허가 만료에 따른 '퇴거·시설 원상 복구'를 수차례 통지(계고)하는 과정에 법원의 집행정지 효력까지 무력화하는 처분을 했다가 행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유적지 내 상가 입주 식당 업주 A씨가 영암군수를 상대로 낸 '계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영암군수가 A씨에 대해 한 철거 명령·행정대집행 계고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영암군이 운영하는 유적지 내 공유재산(상가)에 일반음식점을 운영할 목적으로 유상 사용·수익 허가를 받았다.
A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업정지 기간이 길었다. 사용 허가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영암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사용 허가 연장에 대한 별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영암군은 허가 기간 만료 직후 여러 차례에 걸쳐 A씨에게 퇴거 만을 요구했다.
이어 사용한 행정 재산 중 증축한 시설(45㎡)를 원상복구하고 퇴거 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고 계고했다.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도 사전 통지했다.
계고는 행정 기관이 일정 기간 안에 의무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통지를 가리킨다.
이에 A씨가 "사용 허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우선이다"며 계고 처분 집행·효력 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영암군은 A씨의 집행정지 신청 취지를 수용하겠다며 3차 계고를 했다.
3차 계고는 "앞선 1차·2차 계고처분 중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행정대집행이 불가능한 '명도'(건물을 비워 넘겨줌)에 대한 계고는 일부 취소한다. 다만 불법 증축 시설 만큼은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계고 집행정지 신청 취지를 변경했고 법원 역시 "3차 계고 처분 효력을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며 영암군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영암군은 법원이 집행을 정지토록 한 1·2·3차 계고 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증축 시설 철거' 행정대집행을 새롭게 4차 계고를 했다.
A씨는 이번 소송에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 3차 계고 처분을 취소하고 또 대상자와 대상물, 사유가 같은 계고 처분을 했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기속력(결정을 취소·변경·철회할 수 없는 구속력)에 저촉, 행정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다. 나아가 처분 자체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암군은 "이번 계고 처분은 직접적인 철거 의무를 명시했으며 도면과 사진을 첨부해 철거 대상 시설을 명확히 했다"며 집행정지 결정 이후 계고는 별도의 행정 처분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영암군의 계고 처분은 앞선 계고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의 기속력에 위배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당연 무효라고 봐야 한다. 앞선 3차 계고에 대해 판결 이후 30일간 집행을 정지토록 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같은 처분을 해선 안 된다"며 "그런데도 영암군은 사실상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처분을 또 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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