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가능성 몰랐다"…최윤범 회장 발언, '현실성 결여' 논란
최근 주요 경제 매체와 릴레이 인터뷰
유상증자 관련 철회 이유 설명에 집중
"적대적 M&A는 예상 못했다"고도 말해
앞서 황산 계약 철회, 서린상사 분쟁으로
영풍과 고려아연 분쟁 과열된 상황인데
"최 회장 현실 인식 너무 안이하다" 평가
"MBK에 사외이사 1~2자리 줄 수 있지만"
"경영권은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밝혀
영풍은 "화해 제스처 받아들일 수 없어"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13. [email protected]
최 회장은 특히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이미 상당부분 감지됐는데도 불구, 언론 인터뷰에서 영풍 측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혀, 현실 경영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이 영풍 측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 이사 1~2명 정도를 선임해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자신들이 표 대결에서 오히려 불리한데, 냉정한 경영권 분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발언 아니냐는 지적이 들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최근 국내 경제지 4개사와 인터뷰에서 MBK 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이어 "장씨 가문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장형진 영풍 고문의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너무 순진했다"고 직접 언급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고려아연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는 '피해자 코스프레(분장 놀이)'의 일종이라고 진단한다.
올 들어 지난 3월부터 고려아연이 영풍 측을 수차례 자극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인데 그 장본인 격인 최 회장이 어떻게 이를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과 고려아연은 배당과 제3자 대상 유상증자를 가능하게 하는 정관 변경을 놓고 심각하게 맞붙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영풍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파기하며 영풍측이 운영하던 석포제련소 운영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원래 영풍 석포제련소는 후공정에서 나오는 황산 처리를 고려아연에 맡겨 왔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고려아연이 맡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석포제련소는 황산 처리를 하지 못해 제련소 자체를 가동 중단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에는 고려아연이 영풍 측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았던 서린상사 경영권을 뺏어오며, 영풍을 상대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대표이사를 10년간 맡았던 영풍 측 장세환 대표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최 씨 가문과 장 씨 가문 60년 동업을 파국으로 몰고간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전 조짐에도 불구, 고려아연 최 회장이 언론에 영풍 측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몰랐다고 밝힌 것은 지나치게 현실 경영 감각이 떨어지는 발언으로, 이번 경영권 분쟁을 100% 영풍 측 잘못으로 몰고 가려는 발언으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전 조짐이 있었다"며 "올 들어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경영권 공격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최 회장이 이를 전혀 몰랐다고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최 회장이 영풍 측에 대해 '설마 우리를 M&A 할 능력이 있겠느냐'고 판단한 것도 같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영풍 측과의 화해 가능성을 언론에 언급한 대목도 지나치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에 (영풍 측과) 만난 적 없지만, 언제든 만나고 싶다"며 "MBK 연합에 사외이사 1~2명 추가 선임권을 주는 식으로 경영 참여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 차이는 5% 가까이 벌어져 있다. 영풍과 MBK가 지난달 공개매수 이후에도 계속 지분을 사들이며 40% 가까운 주식을 확보한 반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계속 이탈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 사외이사 1~2명을 앉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고려아연 이사회 자체를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영풍 측이 사외이사 1~2명 수준을 앉히려고 이렇게 전면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겠느냐"며 "최 회장의 화해와 관련한 사외이사 1~2명 선임 발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아름다운 이별'을 말하지만, 그동안 아무런 접촉이나 행동이 없었다"며 "최 회장이 주도한 이그니오 홀딩스,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투자 손실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경영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지분 7%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향후 표 대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최 회장 편을 들어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요 주주들이 상당부분 실망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최 회장 주도로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영풍과 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사용한 금액을 갚기 위한 현금 마련 차원이었다.
이에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 부담을 주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금융당국까지 제동을 걸자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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