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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냐 과잉 폭력이냐.. 뉴욕지하철 난동자 제압 살해사건 재판

등록 2024.12.03 08:16:06수정 2024.12.03 08: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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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며 소동벌인 노숙자를 해병대 제대자가 목눌러 제압

"승객들 보호 정당 방위"vs "흑인 약자에 백인 폭력" 시위대도

[ 뉴욕= AP/뉴시스] 뉴욕 지하철에서 난동을 벌인 흑인 노숙자를 살해한 혐의 받는 해병대 출신의 대니얼 페니가 지난 11월 12일 뉴욕 맨해튼 법정에 처음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03.

[ 뉴욕= AP/뉴시스] 뉴욕 지하철에서 난동을 벌인 흑인 노숙자를 살해한 혐의 받는 해병대 출신의 대니얼 페니가 지난 11월 12일 뉴욕 맨해튼 법정에 처음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03.


[뉴욕=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뉴욕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리는 노숙자 한 명을 제압하다가 목을 너무 눌러 사망하게 한 해병대 전역자 남성 한 명에 대한 재판에서 2일(현지시간) 배심원들이 과잉 대응 폭력행사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법정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피고  대니얼 페니의 변호인은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그런 일을 겪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느낌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피고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맞서 검찰측은 피고가 노숙인 조던 닐리의 행동에 너무 강력하게,  무모하게 대응해서 목숨을 잃게 했다고 공격했다.

이 날 페니에 대한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 재판에서 변호사와 검사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정당방위냐 과잉 폭력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변호사는 페니가 닐리의 목을 약 6분이나 잡아 누른 행동은 순전히 지하철의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페니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사는 닐리가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죽고 싶다, 감옥에 가고 싶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외쳤다는 페니와 승객들의 증언을 거론하면서 페니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무장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나친 폭력을 사용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거나 위협적으로 보이거나,  무슨 말을 떠들었든 간에,  그 때문에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라고 맨해튼 법원의 대프나 요란 검사는 배심원들 앞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스티븐 레이저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닐리처럼 분노에 가득차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일지 한 번 상상해 보라고 호소했다. 

좁은 공간에서 피할 데도 없고 달아나기도 힘든 상황에서, 피고는 모르는 승객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변호사는 주장했다.  

페니가 닐에게 한 행동은 도시생활이 위험과 공공 안전 문제, 인종차별 문제,  노숙자와 정신이상자에 대한 일반적 대응 등 미국 사회의 해묵은 상처를 드러내며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뉴욕 시민들 일부는 26세의 페니는 해병대 복무를 마친 건축학과 대학생으로, 화가 나서 날뛰는 닐리가 폭력을 행사할까 두려워하는 지하철 승객들을 위해 싸운 용감한 보호자역할을 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백인인 페니가 도움이 필요한 약자인 한 흑인을 너무도 간단히 살해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로 인해 페니를 비난하는 시위대와 칭찬하는 시위대가 법원 앞 양쪽에 나타나기도 했다. 
 
30세의 닐리는 한 때 뉴욕 지하철의 보안관으로 일했고 거리 공연을 하며 마이클 잭슨을 흉내내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10대 시절 모친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기억 때문에 우울증과 조현증 진단을 받아 여러 차례 입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약물 중독과 폭력 등 범죄 전과를 갖게 된 불운한 인물로 드러났다.

한달 동안 계속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지하철 승객들의 증언과 6분간 지속된 목조르기에 대해 들었고 현장 출동 경찰관과 페니에게 목조르기 기술을 가르친 해병대시절의 교관, 페니의 친구와 친척들의 증언까지 청취했다. 
 
페니 자신은 증언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에 사건 직후 경찰관에게 한 설명 장면과 나중에 경찰서에서 진술한 장면의 동영상을 제출했다.

거기에서 페니는 "그가 미쳤거나 미친척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위험인물이니 다른 승객들과 떼어 놓기 위해 행동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를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반복 주장했다.

증인들은 닐리가 먹을 것을 달라, 마실 것을 달라며 상의를 벗어 바닥에 내려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서  몇 몇 승객들은 겁에 질렸고 페니가 닐리를 제압했을 때에는 모두 고맙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청의 검시관은 직접 사인이 질식사라고 말했고 변호사측 증인으로 나온 병리학자는 닐리가 여러가지 다른 사망 요인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페니가 열차가 멈춰서고 사람들이 페니에게 이제 그만 놔주라고 말한 뒤에도, 닐리가 움직이지 않은지 1분이 지난 뒤에도 그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며 살인 혐의를 계속 주장했다.

페니는 군대에서 배운 목조르기 대신에 "간단히 민간인을 제지하는 정도"의 기술만 사용했다며 사건 당시 현장에 경찰이 없어서 그가 일을 대신한 것 뿐이라고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 재판은 다음 날에도 이어지며 최종 선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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