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총격범 타투 새겼다"…美 지지 여론 확산 왜?
[서울=뉴시스] 17일 뉴욕포스트(NYP),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현지 온라인상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CEO 브라이언 톰슨을 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를 기리는 뜻에서 그의 타투를 새겼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뉴욕포스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용의자가 26세 남성 루이지 맨지오니로 밝혀졌다. 미국 사회에서는 사망한 브라이언 톰슨이 아닌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니에 대한 지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뉴욕포스트(NYP),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현지 온라인상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CEO 브라이언 톰슨을 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를 기리는 뜻에서 그의 타투를 새겼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X·구 트위터) 등 다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타투 사진에는 하트 모양 안에 두건을 쓰고 있는 루이지 맨지오니의 모습과 함께 "I (heart) my boyfriend"라는 문구가 적혔다.
또 일부 타투에서는 "DELAY(지연)" "DENY(거부)" "DEFEND(방어)" 등의 단어와 함께 맨지오니의 얼굴이 새겨진 모습이다.
이 세 단어는 현지 경찰이 사건 당시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탄피에서 'deny defend depose(거부하고 방어하고 처분하라)'라는 메시지를 발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탄피에 새겨진 메시지 역시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전략을 비판한 책 'Delay, Deny, Defend'에서 인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살인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니를 옹호하는 분위기는 타투에서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NYP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후 맨지오니가 용의자로 특정되기 이전부터 아마존, 이베이 등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사이트에는 탄피에서 발견된 문구인 'Deny Defend Depose'라고 적힌 안경, 셔츠, 모자 등의 제품이 등장했다.
이중 아마존은 지난주 해당 문구가 새겨진 일부 판매 제품의 회수를 지시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마존은 당시 회수 사유에 대해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설명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펜실베니아주=AP/뉴시스] 지난 9일 AP통신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을 총으로 살해한 26세 남성 루이지 맨지오니를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총격으로 사망한 톰슨 CEO는 아이오와에서 소규모 곡물 창고를 운영하는 부친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아이오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는 2004년 합류해 17년만인 지난 2021년 CEO로 선임됐다.
외신은 톰슨의 이러한 성장과정과 대비되는 맨지오니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톰슨 CEO와 달리 맨지오니는 값비싼 등록금의 사립 고교인 길먼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해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년 시절 역시 메릴랜드의 고급 골프장과 요양원을 소유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WP는 이들의 성장과정을 두고 "톰슨은 시골 가정에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자본주의의 정점인 보험회사 CEO 자리에 오른 반면 맨지오니는 금수저 가정에서 자라 사회의 모순에 눈을 떠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인물이 됐다"며 "맨해튼 거리에서 마주한 총격범과 피해자의 삶의 궤적이 놀라울 정도로 극과 극"이라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맨지오니는 사건 발생 후 닷새간의 도주 끝에 지난 9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맨지오니는 권총과 자필로 작성한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선언문에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음에도 기대 수명이 42위에 불과하다. 공공의 이익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건강보험사 임직원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 용의자를 향한 사회적 지지가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해 성난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 사회에서는 뒤늦은 자성론이 이어지고 있다. 앤드루 위티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는 분명 결함이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의료 개혁을 위해 병원과 제약사, 정부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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