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할 수 있어 기뻤어요"…종료 앞둔 이주아동 체류권 대책
법무부, 미등록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4년
대책 전, 예체능 분야 두각 보여도 대회 제한
폰 개통·통장개설·자격시험 응시도 어려워
1000여명 '새 삶' 찾았으나 오는 3월 종료
"구제대책 연장 및 상시 제도화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법무부의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으로 ID(외국인등록증)를 얻었지만 아직 만 4세인 막내는 혼자만 미등록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구제대책이 3월까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15년간 자랐으나 나이지리아 국적을 가진 한 청소년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힘줘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저희는 이제 와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가면 적응도 못 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른 이주아동들을 위해 구제대책의 상시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조건부로 체류 자격을 주는 법무부 구제대책이 오는 3월 종료된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상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 자격 부재로 인한 인권침해를 지적하며 법무부에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법무부는 2021년 4월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을 발표해 ▲국내 출생 ▲15년 이상 국내 체류 ▲신청일 기준 국내 중·고교 재학 또는 고교 졸업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한시적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신청 조건이 까다롭고 범칙금 부담이 커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2022년 1월 개선안을 통해 체류 요건을 완화하고 범칙금 감면을 추가했다.
구제대책으로 체류권을 얻은 이들은 이 대책으로 삶이 크게 안정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와인권연구소 등 이주아동 지원단체 8곳이 2023년 10월부터 두 달간 진행한 미등록 이주아동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체류 자격 취득 후 긍정적인 변화로 '단속과 강제퇴거에 대한 불안함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을 꼽았다.
특히 학교나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발달장애가 있는 두 자녀의 어머니인 필리핀 국적 A씨는 "(체류자격이 없을 때는) 아이가 없어져도 경찰에 신고하기 두려웠다.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겪던 학교와 사회에서의 소외도 줄었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학업이나 예체능 분야에서 재능이 있어도 대회 참가가 제한됐고, 대학 진학 역시 할 수 없었다.
본인 인증이 되지 않아 통장 개설, 휴대전화 개통 등 필수 서비스 이용이나 자격증 시험 응시, 자원봉사 신청 등 사회 참여에도 배제됐다.
한 콩고민주공화국 국적 B(18)군은 "학교 태권도 선수로 선발됐지만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대회에 나갈 수 없었다"며 "체류자격을 얻은 후 전국대회 결승까지 올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구제대책이 오는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등록 이주아동 1~2만여명(추산) 중 4년간 체류권을 얻은 이들은 1000여명 뿐이지만, 법무부는 아직 연장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주아동 지원단체는 대책 연장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범칙금 감당 불가, 대책과 관련한 정보 부족 등 이유로 지금까지 체류권을 얻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전체 10~20%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규범과 문화를 습득한 이주아동을 방치하는 것은 아동 인권 측면뿐 아니라, 아동에게 투입된 공적 자원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구제대책을 연장하고 상시 제도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