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상대 밉다고 우리 터전파괴? 이젠 결단할 때"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 입장문
"현 투쟁방식·목표 사회 설득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3.10. bjk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0/NISI20250310_0020726633_web.jpg?rnd=20250310151138)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3.10. bjko@newsis.com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하은진 신경외과 및 중환자의학과·오주환 국제보건정책·한세원 혈액종양내과·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면서 "메디스태프,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의 페이스북 글들 안에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 나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다"면서 "여러분은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며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지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고, 오직 탕핑(躺平)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면서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아닌가, 그들의 가족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 면허는 사회가 독점적 의료 행위를 할 권한을 부여한 것인 만큼 희소성을 인정받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면서 "사회가 의료 분야에서 독점적 구조를 용인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감수하는 이유는 면허 이면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책임을 다해줄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지만 지금처럼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지속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면 사회는 결국 그 독점적 권한을 필연적으로 다른 직역에게 위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사의 전문가 정신은 의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느냐"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는 환자와 국민의 불편과 공포를 무기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상대가 밉다고 우리의 터전을 파괴할 것이냐"면서 "정부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의료계도 똑같이 굴어야 하느냐"고도 반문했다. "남수단·시리아 내전같은 상대에 대한 증오로 인한 극단적 대립은 그 나라를 파괴했고, 결국 모두가 무너졌다"면서 "그런승리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어 "의료 시스템은 붕괴 중이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면서 "정부와 달리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개혁을 이끌 것인지, 사회와 의료 환경을 개선하면서 우리의 근로 환경 역시 지속 가능하게 바꿔갈 것인지, 그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도와가며 주도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지 이젠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급하게 나오면 우리는 품격 있게 대응한다) 미셸 오바마의 이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면서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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