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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쇼피셜]편의점 '갑툭튀' 마카롱...1033원이 주는 '달달한 휴식'

등록 2020.01.10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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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한 마카롱' 가성비·쫀득한 식감 매력... 품귀현상에 CU '즐거운 비명'

편의점주들 발주 어려워 발동동...제조 중소기업은 설비 2배로 늘리기도

[서울=뉴시스] CU 쫀득한 마카롱 말차맛

[서울=뉴시스] CU 쫀득한 마카롱 말차맛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특별히 살 것도 없으면서 편의점에 들르곤 합니다.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편의점에서 요즘엔 무엇을 팔고 있나 살펴보는 게 꽤나 재미있거든요. 특히 먹거리는 요즘 ‘핫’한 제품들이 많아서 뒤통수로 쏟아지는 점주님 눈총을 견뎌가며 한참을 서있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건 아닌가봐요. ‘편스토랑’이라는 TV프로그램까지 생겨난걸 보니 편의점이 먹거리 천국이긴 한가봅니다.
 
요 몇일 전에는 꼭 사서 먹어봐야하는 ‘잇템’이 나왔다고 해서 목적의식을 갖고 당당히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CU가 지난달 출시한 ‘쫀득한 마카롱’(SNS에선 ‘쫀마’라는 하던데, 별걸 다 줄입니다)이 대박을 쳤다니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죠.

‘편의점에서 마카롱이라니, 왠 갑툭튀?’하는 마음으로 일단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뿔싸! 난리가 났다는 게 사실이군요. 퇴근길에 무려 4군데를 돌았습니다만 잇템 획득에 실패. 소득 없이 다음날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음날 출근길에 재도전했지만 ‘쫀마’는 없었습니다. 슬슬 약이 오르면서 도전 의식이 발동하더군요. 제가 ‘맛.잘.알(맛을 잘아는)’은 아니지만 제주도까지 가서 연돈 돈까스는 못 먹을지언정 구석구석 깔린 편의점에서 파는 ‘쫀마 너따위’는 꼭 먹어보고야 말리라.

이 아침에 돌고, 돌고, 돌고...또 돌아 특템 성공! 이 황당하고 무모한 도전의 쓴맛을 마카롱의 달콤함이 덜어주리라 기대하면서 개봉박두.

[서울=뉴시스] CU 마카롱 담당 MD가 쓴 손편지

[서울=뉴시스] CU 마카롱 담당 MD가 쓴 손편지


여기서 잠시, 마카롱 얘기부터 좀 하고 갈게요.

이름만으론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쿠키의 일종 같은데, 사실 마카롱의 시작은 이탈리아입니다. 16세기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에게 시집올 때 준비한 혼수품 중 포크, 향신료, 셔벗, 마카롱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마카롱은 프랑스의 다양한 지방으로 전해지며 각기 다른 모양과 맛으로 개량되면서 오늘날의 작고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제가 마카롱을 처음 접한 곳 역시 프랑스였습니다. 2012년 칸 영화제 취재차 갔다 돌아올 때 가족과 지인에게 돌릴 선물로 마카롱을 사왔습니다. 칸 뒷골목에 자리한 라뒤레(LADUREE)라는 마카롱 가게였는데, 당시는 몰랐으나 몇 년전 한국에 마카롱 열풍이 불어 닥쳤을 때야 어처구니없게도 비로소 이곳이 154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마카롱의 본산이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라뒤레의 마카롱 맛은 안타깝게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형형색색의 예쁜 쿠키가 입속으로 들어가니 스르르 녹았다 정도.

그럼 다시 본론인 CU의 ‘쫀마’로 돌아 가볼까요. 일단 가격부터 알려드릴게요. 3개 들이가 3200원입니다. 1개에 1066원 꼴로, 전문점과 비교해 한참 저렴합니다. 그래서 ‘가성비 갑’으로 불리는데, 그래선지 찾는 사람이 많아 발주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매출요? 엄청나다고 합니다.
출시 이후 최근 한달간 매출이 매주 2배씩 뛰고 있습니다. 12월 평균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434.8%에 달합니다.

쫀마는 지난달 기준으로 바나나우유, 수입맥주, 도시락을 제치고 CU 전체 상품 매출 3위에 올랐습니다. 쫀마 덕분에 12월 CU의 냉장디저트 전체 매출도 전년대비 80%, 전월대비 92%나 올랐습니다. 쫀마는 전국 점포에서 연일 품절이라 하니 CU는 입이 귀에 걸렸겠습니다.

이 조그맣고 동그란 마카롱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흥행에 이르기까지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CU는 디저트 메뉴를 고민하다 대학생 마케터들을 상대로 시장조사를 했는데, 마카롱이 1위에 올라 ‘쫀마’를 만들게 됐습니다. 사실 마카롱이 편의점에서 나온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CU는 2015년에 두차례 마카롱을 출시했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마카롱 전문점도 많았고 백화점, 커피전문점 등 대기업들이 만든 예쁘고 달콤한 마카롱이 쏟아져 나올 때 편의점 마카롱이 눈에 찼을리 없을 테니까요.

마카롱은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디저트로 꼽힐 정도로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단가도 높아 제조사들이 만들기를 꺼리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CU는 수개월에 걸쳐 시장 조사를 하고 트렌드 분석 데이터를 갖고 제조사를 설득했습니다. 대기업들은 손사레를 쳤지만 한 ‘용감한’ 중소기업이 손을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쫀마’가 주목을 받았던건 아닙니다. 그러나 몇몇 유튜버가 상품 리뷰를 올리면서 1020 여성들을 중심으로 SNS등에서 ‘이런 가격에 이런 퀄리티라니!’ 등의 시식 후기가 공유되면서 쫀마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유튜버의 힘은 대단합니다)

이때부터 CU 본사와 편의점주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준비한 상품, 포장용기가 조기에 소진됐고 생산물량이 부족해 발주 정지로 점주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하루 최대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어 생산 설비도 긴급하게 2배로 늘렸습니다.
 
중소기업이 만든 무명의 상품이 예상을 뛰어 넘는 흥행을 불러일으키자 해당 상품을 기획한 담당 MD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당 MD가 CU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손편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CU 마카롱을 사랑한다면 한 개씩만 구매해주세요. 다른 고객들도 맛 볼 수 있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주세요’라는 글에는 즐거운 비명과 고객에 대한 미안함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쫀마의 인기비결은 뭘까요. 전문점 못지않은 품질, 저렴한 가격이 아닐까싶습니다.

[서울=뉴시스] 쫀득한 마카롱 2탄

[서울=뉴시스] 쫀득한 마카롱 2탄


며칠에 걸친 편의점 투어 끝에 직접 맛본 쫀마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개 1500원 이상 가는 전문점 마카롱도 실망할 때가 많았는데 쫀마는 모양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았습니다. 말차, 레드벨벳, 스트로베리 3가지 맛인데 말차가 취향에는 가장 잘 맞았습니다. 마카롱은 2개의 머랭 사이에 크림을 넣어 겉이 먼저 사르르 녹고 크림의 진한 맛이 입속에 퍼지는 식입니다. 그런데 쫀마는 머랭처럼 입천장에 붙거나 하지 않고 쫀득쫀득해서 씹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사이에 든 크림은 치즈와 버터크림 맛인데, 치즈 맛도 얼핏 나는 것 같습니다. 크림 향이 진하지 않아 머랭과 치즈맛의 조화가 꽤 괜찮았습니다.

CU는 크림치즈, 초코크림, 요거트크림 3가지 맛을 추가로 내놓았습니다. 또다시 편의점 투어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벌써부터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N-쇼피셜] = 기관, 단체, 기업의 '공식 입장'을 '오피셜'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패러디한 것이 '뇌피셜'입니다. 개인이 어떤 사안을 두고 자신만의 주관적인 해석을 내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뉴시스 산업2부 기자들이 '쇼핑'을 주제로 자신만의 뇌피셜을 펼치는 장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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