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 리셋]비대면 의료 활성화…의료계 설득이 관건

등록 2020.09.06 06:05: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코로나19 유행에 비대면 진료 논의 가속도

정부, 한국판 뉴딜에 포함…5년간 5000억원 투입

감염 위험에서 안전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 계획

고령층 등 대상으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육성

대형 병원들도 5G 등 신기술 적용한 인프라 구축

의협은 반발 "안전성 검증 안돼…대형병원 쏠림 심화"

[세종=뉴시스]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해 생활치료센터 환자를 의료진이 진료하는 모습. (사진=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2020.06.26.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해 생활치료센터 환자를 의료진이 진료하는 모습. (사진=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2020.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진료 현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염병의 대규모 유행 상황에서 환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망이 연결된 의료 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비대면 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비대면 산업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스마트 의료 육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2025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감염병 위협에서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령층 등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건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IoT 기술을 활용해 환자 안전을 위해 입원 환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 기관 간 협진이 가능한 18개의 디지털 기반 스마트 병원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2021년까지 음압 시설, 동선 분리 등 감염 예방 시설을 갖추고 사전 전화 상담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호흡기 전담클리닉 1000곳을 설치하고, 의원급 의료기관 5000곳에도 화상 진료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간질환, 폐암, 당뇨 등 12개 질환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정밀 진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 의사 '닥터 앤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만성질환자, 고령층, 장애인 등의 건강 관리를 위해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건강 취약 계층에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를 2025년까지 전국 13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만성 질환 위험군에게 모바일 앱으로 운동, 영양 등 생활 습관과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동네 의원 중심의 만성 질환 관리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고혈압, 당뇨 등 경증 만성질환자 20만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기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고령층, 장애인 등 건강 취약 계층 12만명을 대상으로 IoT, AI를 활용한 디지털 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간호·간병인의 업무 보조 지원을 위한 돌봄 로봇 4종을 2021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서울 강남구 휴이노를 방문해 손호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로부터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해 심장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관련 스마트 모니터링 시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03.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서울 강남구 휴이노를 방문해 손호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로부터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해 심장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관련 스마트 모니터링 시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03.12.

[email protected]




◇대형 병원 들도 비대면 진료 인프라 구축 나서

대형 병원들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은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경증 환자 관리를 위해 지난 3월 5일부터 4월 9일까지 문경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첨단정보 감염병 관리 시스템의 효과와 편의성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정보화실 김경환 교수팀은 웨어러블 장비를 도입해 생활치료센터에 입원 중인 환자의 심전도, 혈압, 산소포화도, 심박수, 호흡수 등을 측정하고 이런 데이터가 병원정보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유되게 했다.

의료진은 모바일 앱을 통해 서울에서 문경에 있는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또 병원정보시스템 내 환자 현황판을 구축해 의료진이 한눈에 모든 환자의 상태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모바일 전자문진 시스템, 환자용 모바일 앱을 도입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환자와의 소통은 극대화해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지도록 했다.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의료영상 공유 플랫폼도 도입했다. 실제로 무증상 환자가 증상이 악화돼 지역병원으로 전원할 때 영상자료를 신속히 공유해 정확한 진료를 가능하게 했다.

이같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 환자의 적절한 치료, 조기 진단·격리·치료에 이상적인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엿봤다는게 서울대병원의 평가다. 병원 측은 의료서비스에 IT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한 덕분에 감염병 대응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ICT 기업들과 손을 잡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KT, 현대로보틱스와 스마트병원 솔루션 공동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로보틱스의 로봇 기반 자동화 설비 구축 역량과 KT의 5세대이동통신(5G)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역량을 결합해 스마트병원 플랫폼과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병원은 병원 내 감염병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한 ‘스마트 감염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의료 빅데이터와 로봇·ICT·AI 기술을 결합해 환자 출입 관리, '실시간 환자 동선 관리', 선별 진료소와 일반 진료실을 연결하는 '언택트 감염 관리' 등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입원 환자의 건강 상태와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환자관리’, 병원 물류 재고와 자산 관리를 자동화하는 ‘스마트 물류관리’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8.1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8.14.

[email protected]



◇의협은 강한 반발…안전·대형병원 쏠림 문제 제기

하지만 비대면 진료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반대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대형 병원들과 달리 개원가는 비대면 진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면 환자들이 의원급 의료기관 대신 대형 병원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대면 진료를 '의료 4대악'으로 규정하고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 의료는 현행 의료법상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원격 진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의료 지식이나 기술 지원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이 시진, 촉진, 타진, 청진이라는 진료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팬데믹 상황 ▲초진 대면진료 후 단순 설명 시 ▲건강검진 후 검진결과 사후관리 차원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해 1차 의료기관의 대면진료 초진 이후 등의 경우에 한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의협은 논의에 불참했다.

또 의협은 정부가 지난 6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재외국민이 전화·화상을 통해 의료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처방전을 발급받을수 있도록 임시 허가하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협은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 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원격의료는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그 허용 형태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의료전달체계 아래에서 원격의료의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환자 안전, 의료사고 책임, 상급 병원 쏠림 등 우려 사항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한 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육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협이 이번 총파업 과정에서 4대 의료 정책의 '철회'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한 바 있어 비대면 진료 육성은 장기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