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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이은 헛발질…사면초가 빠진 공수처

등록 2021.10.29 14: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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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이은 헛발질…사면초가 빠진 공수처


[과천=뉴시스]김지훈 기자 =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압수수색 '빈손' 논란에 영장까지 잇따라 기각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구속영장의 발부를 자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달 10일 압수된 휴대전화 등의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고, 소환조사에도 협조하지 않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기각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이마저 기각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누고 있는 공수처가 정치적 고려로 피의자의 방어권조차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다가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손 전 정책관 외에 연루된 검찰 관계자를 특정하지 않고 '성명불상'으로 적시하고, 심리 때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 작성 및 전달 등을 지시했다고 의심할 근거로 대검찰청 '조직도'를 내민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아니냐는 도마에 올랐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수처가 이제 출범 9개월 밖에 되지 않아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에 보여준 모습은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9월 공수처가 고발사주 수사 착수 직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러 갔다가 의원들의 반발에 철수하는 모습을 보고는 검찰 출신 한 변호사가 들려줬던 압수수색 준비 경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변호사는 첫 압수수색을 나가기까지 보고서를 수 차례 고쳐야 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예정 장소에 노인은 없는지, 몇 시에 들어갈 건지, 벨을 누를 건지 아니면 문을 두드릴 것인지, 영장 제시는 누구에게 할 건지 등 모든 동선을 분초 단위로 세밀하게 짠 후에야 승인이 났다는 것이다.

압수수색 성과를 위한 것인 동시에 피의자의 인권 보호 목적도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만에 하나 압수수색을 들어갔는데 노모가 있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겠느냐는 지적 등을 받았다고 한다.

공수처는 야당 의원과 김 의원 항의에 현장에서 마냥 대기하다 밤늦게 철수하며 망신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2시간 만에 끝내고 나가면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빈손 철수'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준비 부족 비판에 야당 탄압 프레임까지 씌워졌다. 매번 잡음이 난다면 문제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8일 새로 임명된 검사들에게 "공수처 검사로 부임해 몇년 지났다가 역량 있는 검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고의 노력을 당부했다. 또한 "수사에 있어 실체적 진실 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비롯한 절차적 권리의 보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임 검사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구성원이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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