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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난방비 폭탄까지…'명절테크' 나선 MZ들

등록 2023.01.26 06:00:00수정 2023.01.26 06: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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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반취약·온라인 익숙한 청년층의 고물가 대처법

라이더는 '명절 할증' 이용, 직장인은 선물세트 중고판매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평소보다 라이더 많이 보였던 듯"

"공급 많아서 시세보다 저렴해도 팔아서 살림 보태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와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더해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사용량이 늘면서 지난달 가구당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01.2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와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더해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사용량이 늘면서 지난달 가구당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0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 서울 광진구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연휴 전 회사에서 설 선물로 받은 스팸, 식용유 선물세트를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팔았다. 어차피 혼자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으니 용돈 벌이나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씨는 "당장 살림에 보태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팔려고 내놨는데, 워낙 공급이 많아서인지 시세보다 1만원 정도 싸게 팔았다"고 말했다.

생활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와중에 올겨울 난방비 등 공공요금까지 크게 오르면서 혼자 사는 사회초년생 등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명절테크(명절+재테크)'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최근 설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거나, 들어온 명절선물을 되팔았다는 이들의 이야기다.

26일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일주일간(1월 12∼19일) 선물세트 거래액은 지난해 설 연휴 직전 일주일(1월24일∼2월1일) 보다 62.4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온라인 중고 플랫폼 이용자의 70%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라며 "해당 기간 선물세트를 거래한 이들 상당수도 MZ세대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연휴 전후로 이 같은 '명절테크'와 관련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을 중고사이트에서 얼마까지 팔았다'며 각자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식이다.

최근 생활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난방비 등 공공요금까지 크게 오르면서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초년생 청년들이 자구책으로 이 같은 명절테크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으로 구성되는 난방비를 지난해 큰 폭으로 올렸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을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서 1MJ(메가줄)당 5.47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65.23원이었던 열요금을 지난해 10월 89.88원으로 오르며 8개월 만에 총 37.8%를 인상했다.

도시가스와 함께 난방의 한 축인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오름세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렸고 이번 달에도 13.1원 추가 인상했다.

얇아진 지갑을 채우기 위해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자발적인 초과 근무에 나섰다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동작구에 혼자 사는 배달라이더 김모(31)씨는 지난 설 연휴 고향인 전북 정읍에 내려가는 대신, 연휴 기간 추가 수당을 받고 일하는 것을 택했다고 한다. 라이더 수급을 위해 배달플랫폼이 내건 '명절 할증'에 따라 김씨는 연휴에 근무하는 대가로 건당 배달료를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500원씩 더 받았다.

하지만 실제 김씨가 손에 쥔 돈은 평소에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나랑 같은 생각으로 연휴에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일감이 적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난방 대신 집에서 겨울옷을 입고 생활한다는 자취생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혼자 사는 이모(31)씨는 "아침에 한 두시간씩만 돌렸는데도 이달 도시가스요금이 12만원이 나왔다"며 "겨울이 지날 때까지 한 달만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등산 양말에 내복까지 입고 있다"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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