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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제 눈앞에서 자해한 적도 있다"…젊은 공직자의 하소연

등록 2024.04.09 10:30:45수정 2024.04.09 16: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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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민원실 공무원에 폭력 휘두르거나 폭언 사례 증가

김포시 공무원, 도로 보수 관련 민원과 비방 시달리다 극단 선택

수원시, 악성민원 접수되면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 팀장이 중재

"민원인, 제 눈앞에서 자해한 적도 있다"…젊은 공직자의 하소연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민원인이 제 눈앞에서 자해한 적도 있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지난 8일 시청 통합민원실에서 민원을 응대하는 젊은 공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이 시장은 민원응대 공직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이날 만남을 마련했다. 현장에는 민원을 응대하는 업무를 하는 젊은 공직자 10명이 참석했다.

해당 직원은 이 시장에게 "악성민원을 담당자 혼자 감당하기는 힘들다"며 "적극 대응해 줄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한 달 동안 계속 전화해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너무 괴로웠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악성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직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민원실에서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을 상대로 민원인이 저지른 위법행위 건수는 지난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김포시 한 공무원이 도로 보수 관련 민원과 비방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일도 발생했다.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는 지난달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앞서 지난 2월29일 김포시 한 도로에 발생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 관련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극심한 항의성 민원을 받아왔다.

당시 온라인상에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라며 A씨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이후 A씨를 비난하는 글과 항의성 전화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뉴시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지난 8일 시청 민원실에서 젊은 공직자들과 만남을 갖고 악성민원으로 인한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수원시는 악성민원 신고가 접수되면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팀장이 민원사항 현장을 조사하고, 담당 직원을 면담해 민원이 해결되도록 지원한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4.04.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지난 8일 시청 민원실에서 젊은 공직자들과 만남을 갖고 악성민원으로 인한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수원시는 악성민원 신고가 접수되면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팀장이 민원사항 현장을 조사하고, 담당 직원을 면담해 민원이 해결되도록 지원한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4.04.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포시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공무원 사망과 관련한 긴급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공직자 보호를 위한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지속적인 직원교육 등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2022년 특례시로 승격한 수원시는 이 같은 악성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 발생 초기부터 법적 조치까지 모든 절차를 지원하는 '신속대응 태스크포스팀'을 이달 1일부터 운영 중이다.

악성민원 상담 핫라인과 전용 신고 창구에 신고가 접수되면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팀장이 민원 사항 현장을 조사하고, 담당 직원을 면담해 민원이 해결되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베테랑 팀장의 중재로도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특이민원조정위원회'에서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 또 피해직원에게 법률상담비를 지원하는 등 법적 대응을 지원한다.

시는 공직자들이 악성민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도 강화한다. 신규공직자 공직입문과정에 민원응대 교육을 추가하고, 신규공직자와 선배공직자 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시장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직원이 있으면 경험이 많은 선배 공직자들이 적극 도와달라"며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공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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