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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퀴어'인듯 아닌듯 여고생들의 애틋함…연극 '좋아하고 있어'

등록 2017.10.25 18: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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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좋아하고 있어'. 2017.10.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좋아하고 있어'. 2017.10.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극 '좋아하고 있어'(작 황나영·연출 김미란)는 청소년, 그 중에서도 여성, 또 그 가운데서도 퀴어(Quee)를 다룬다.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연극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지만 일상에 스며든 공기와 분위기처럼 담백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은 순정만화 속 인물이 아닌 현실의 여고생으로 적확하게 그려진다.

다양한 체형과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고 '덕통사고'(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갑자기 누군가의 덕후가 되는 것), '최애'(가장 좋아하는 대상) 등 일상의 대사도 자연스럽다.
 
극은 혜주와 그녀의 고등학교 밴드 동아리 선배인 소희의 애틋함을 줄기로 삼는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우정을 넘어 사랑의 포물선을 그린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은 물론 혜주의 단짝 친구인 지은마저 두 사람 사이를 경계한다.

극적인 드라마나 해석은 있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현실에 아파하고 이루지 못하는 고뇌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을 놓지 않는 용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무대 뒤편 칠판에 적어놓은 '좋아하고 있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있어'가 되는 순간, 뭉클함이 배가 된다.

【서울=뉴시스】 연극 '좋아하고 있어'. 2017.10.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좋아하고 있어'. 2017.10.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로 유학을 와 혼자 사는 혜주는 깜빡 거리는 전구를 감전이 될까 쉽게 갈아 끼우지 못한다. 계속 '깜빡깜빡' 거리는 전구는 그녀의 불투명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마침내 그녀가 큰마음 먹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순간, 크게 밝지는 않더라도 앞길에 작은 희망을 비추는 징표가 된다. 혜주 역의 배우 김미수의 섬세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소년이 그랬다' '레슬링시즌' '고등어' '타조소년' 등을 선보여온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이제 믿고 보는 브랜드가 됐다. 오는 29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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