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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장 공개 폐기 결정...북미회담 협상력 강화 차원

등록 2018.05.13 16: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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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확인→시간표 도출 초읽기

金 '경제'·트럼프 '선거' 중요…판 깰 가능성 낮아

【싱가포르=AP/뉴시스】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2018.5.11.

【싱가포르=AP/뉴시스】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2018.5.11.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핵 제조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식을 진행한다. 유예·동결, 그리고 불능화 단계까지 뛰어넘어 곧바로 폐기 단계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북미 담판에 앞서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이미 보유한 '과거 핵'이나 다른 핵 관련 시설, 풀루토늄 방식 이외의 핵 제조 프로그램 등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를 통해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핵실험장 폐기 의식은 5월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 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주도함으로써 진정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실험장 폐쇄가 아닌 폐기라는 조치를 통해 핵 폐기의 방향성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살라미식의, 단계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지난달부터 남·북·미·중 간 최고위급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협의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해 북미 최고지도부의 의견을 교환하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선전했다.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을 앞두고서 비핵화 방향과 시간표에 관한 잠정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도 전격 석방됐다.

 미국 또한 곧바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 후 워싱턴 D.C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열어 김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공유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속도를 낸다면 경제 발전을 도울 것을 공언했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 완료 시점을 2020~2021년께로 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2020년이면 또다시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2020년을 전후해 핵 폐기 작업을 완료하자고 북한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북한 비핵화 합의가 목표 달성 시점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졌던 점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시점을 분명하게 명시하려 할 거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5월 당대회에서 경제5개년전략을 천명했다. 올해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5년째를 맞이하는 2021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와 더불어 전폭적인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하고 경제 총력 새 노선을 천명한 만큼,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 과정에 더욱 주도적으로 나설 거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년간의 핵 무력 고도화로 확보하게 된 '과거 핵'과 그와 관련한 다른 핵 관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완벽히 처리하느냐는 그 시기와 방식을 놓고 북미 정상 간 수 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영변에만 39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의 사찰 방식에 대한 합의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북미 담판이 결렬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고 동북아 냉전체제 종식시킬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중간선거 승리'라는 국내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이 포괄적 일괄타결 방식으로 담판을 매듭지을 거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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