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의무 강조한 文대통령···북미 비핵화 합의 이행 촉구

후속 협상 과정서 비핵화 합의 좌초 우려···'반드시 성공' 인식 담겨

北 '완전한 비핵화', 美 '체제안전 보장' 강조···종전선언 염두한 듯

【싱가포르=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 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쳐’에 연사로 초대돼 ‘한국과 아세안 :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 렉쳐(Singapore Lecture)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2018.07.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센토사 합의'가 국제사회의 약속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는 촉구 메시지를 북한과 미국 양쪽에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싱가포르 렉처' 연설 후 일문일답에서 센토사 합의와 관련해 "(북미) 두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실무 협상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더라도 결국 정상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국제사회 앞에서 두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용어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심판'이라는 다소 강한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센토사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북미 정상 간 이뤄진 합의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센토사 합의가 단순히 북한과 미국 사이의 두 나라에만 해당하는 외교 협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맞물려 모든 국제사회에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이행을 촉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어렵게 성사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의미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에 70년간의 적대관계가 계속되다가 북미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 지도자가 미국의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두 정상이 곡절 있었던 과정 만큼이나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 정상 사이의 담대한 결단에 의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톱 다운'으로의 접근방식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이 중간 과정에서 좌초되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 앞에서 먼저 합의·약속하고, 그에 따라서 실무적인 협상을 해 나가는 '톱 다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싱가포르=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 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쳐’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 :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연설했다.   싱가포르 렉쳐(Singapore Lecture)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2018.07.13.   [email protected]

 2003년 시작 돼 2007년 막을 내린 비핵화 6자 회담이 '9·19 공동성명', '10·3 합의' 등을 도출하고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지 못했던 과거 사례와 다른 접근법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무급 단위의 논의 끝에 결국은 중간에 좌초된 과거 비핵화 협상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도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신속한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또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합의 이행을 위한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지난 한 달 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자 속도를 내달라는 신호를 북미 양쪽에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이 센토사 합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보상방안으로 경제 지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바로잡아 주고자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해 비핵화 협상과 함께 멈춰 있는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논의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의지도 함께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실제로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고, 여러 어려운 과정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체제안전 보장과 연관된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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