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올들어 27% 급락…아르헨 이어 경제위기 맞나?
터키 중앙은행, 24일 기준금리 17.75% 동결
'금리 인상' 예상 빗나간 뒤 리라화 2% 급락
"에르도안이 통화정책 개입" 우려감 커져
전문가들 "투자자금 이탈 가속화시 경제위기 가능성 커"
【이스탄불=AP/뉴시스】재선에 성공해 21년간 권력을 유지하게 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99%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52.54%를 득표했다. 2018.06.25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리라화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터키가 아르헨티나에 이어 올해 경제위기를 맞는 두번째 신흥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CNN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 24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7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현재까지 2% 이상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통화 가치가 27% 이상 떨어졌다.
터키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자금 유출과 물가 급등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6월 물가상승률이 15%를 돌파해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시장에서는 저금리를 지지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팀 애시 블루베이 자산운용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앙은행 총재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는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가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이라는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가 리라화 폭락 사태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가 경제 위기를 맞는 신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1분기 터키는 7.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건설 부문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 리라화 급락세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터키 경제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들은 터키의 부채 상환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
무타바 라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책임자는 터키 정부가 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으며 신임 재무장관이 시장에 믿을만한 메시지를 주지 못할 경우 경제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애시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완전히 위급한 상황이 되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며 "IMF가 개입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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