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발생하자 MB청와대 "강호순으로 눈 돌려라"
"경찰 향한 부정적 프레임, 긍정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
"언론이 경찰 입만 바라보고 있으니 계속 기삿거리 제공"
경찰은 사이버수사요원 900명 동원, '1일 5건 게재' 지시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용산참사로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 6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당하자 당시 청와대가 비난 여론을 막기 위해 경찰에 보도지침을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차원에서도 일선 경찰들을 동원해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등 온라인상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군포연쇄살인사건은 강호순이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한 이래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연쇄납치해 살인한 사건을 말한다. 강호순은 용산참사(2009년 1월20일)와 비슷한 시기인 1월24일 경찰에 검거됐다.
메일에는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을 통한 홍보가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써 있다.
이 행정관은 또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강호순이 검거되고 난 후 다수 언론에서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 전인데도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이례적 보도 행태를 보였다.
당시 청와대는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했다"며 "청와대가 경찰에게 본 사건 관련 보도지침이나 공문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조사위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산=뉴시스】 1일 오전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이 현장검증에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종민기자 [email protected]
이에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대상으로 용산 사건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게시물이나 댓글을 1일 5건 이상 게재하도록 했다. 경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바로는 1월24일 게시물과 댓글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는 590여건이 이뤄졌다.
같은 해 8월 벌어진 쌍용차 파업 강제진압과 관련해서도 홍보, 정보기능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이 별도로 구성된 바 있다. 이들은 인터넷 기사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올리는 활동을 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조사위는 "일선경찰들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조성 및 홍보활동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경찰법 제4조 위반 뿐 아니라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다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만큼 김석기 의원에 대한 수사 권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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