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놓고 논쟁…"환자 인권"vs"진료 위축"
지난 1일 공공병원 첫 '경기도 안성병원' CCTV 설치
경기도, 내년에 전체 공공병원 6곳으로 확대 방침
찬성 측 "대리·무면허수술 등 각종 범죄행위 잇따라"
반대 측 "공공기관 사무실 먼저 설치해야" 강력 반발
대리수술, 성범죄 등으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CCTV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찬성 입장과 적극적 진료가 어려워지고 영업비밀 침해의 소지가 생기는 등 부작용 크다는 반대 입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공공의료원인 안성병원이 지난 1일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최초로 수술실 CCTV를 도입한 것이다.
병원 측은 환자의 동의가 있을 때만 촬영하고, 촬영된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 전체(총 6개)로 CCTV 설치·운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동안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이 재점화 된 것은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 등이 대리수술을 하다 적발되는 등의 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공공의료 최전선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도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최근 몇 년간 유령수술, 대리수술, 무면허수술, 성범죄, 성희롱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돼야 할 수술실 내에서의 각종 범죄행위와 반인권행위가 벌어졌다”며 “이번 경기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설치가 불씨가 돼 전국의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단체·환자단체들은 경기도의료원 뿐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기관과 민간병원에까지 확대하기 위한 국회 입법과 보건복지부의 실효성 있는 방안 발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인들은 수술실 CCTV 설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면 될 일이고, CCTV를 설치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다.
의료인들은 우선 CCTV가 설치되면 진료가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자와 분쟁이 생길 경우 CCTV가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CCTV 설치에 대해 의료진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의료 분쟁”이라며 “사실 털면 먼지 않나는 사람 없고, 사소한 것 까지 꼬투리가 잡힐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방어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들은 또 지적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모든 의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고,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수술법을 의사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다른병원의 한 의사는 “의사들은 영업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며 "의술을 익히는 데 걸린 시간과 노력을 강제적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타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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