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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모바일 결합상품, 통신대란에 '역풍'

등록 2018.11.27 16: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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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KT 가입자에 결합상품까지 KT화재에 '깜깜'

상품 가입자 1256만명..할인.사은품에 넘어갔지만

위기 상황 대비해 결합상품 대신 대안 모색 움직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18.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터넷, TV, 모바일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며 결합상품 마케팅에 때아닌 역풍 우려가 일고 있다. 결합 할인에 사은품까지 챙겨왔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통신사 분리 가입 등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24일 오전 11시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마포구·서대문구 지역의 인터넷과 IPTV, 집 전화, 휴대전화가 마비됐다. 복구는 나흘이 지난 27일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무선 96%, 인터넷·IPTV 99%, 유선전화 92% 복구됐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통신과 방송 결합상품 증가로 피해가 커졌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통신사들이 그동안 결합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대부분의 가정이 결합할인, 가족 할인 등의 혜택을 봤지만 통신구 화재로 한꺼번에 가족 간 연락 두절은 물론 집안의 모든 통신과 방송 기기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블로그에는 "주말 동안 KT 결합고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정보 고립에 통신 고립" "결합 할인 때문에 한 곳으로 몰아써다가 고생" "집안 모든 통신망이 KT, 어머니 핸드폰 요금까지 결합하고 나니 통신두절" 등 불만이 쏟아졌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방송상품이 포함된 방송통신 결합상품 전체 가입자수는 1256만명으로 전년 대비 80만명(6.7%) 증가했다. 2013년에는 939만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 1085만, 2015년 1185만명, 2016년 1265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42.2%가 방송통신 결합상품 이용자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 KT가 35.6%(448만명), SK 24.4%(308만명), LG유플러스 20.2%(255만명) 등 3사 결합상품 가입자가 80%에 달한다.

이처럼 결합상품 가입자수가 증가한 것은 인터넷과 TV, 모바일, 집전화 등을 묶을 경우 요금 할인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가전제품 등 사은품 혜택도 챙길 수 있어 굳이 각각 다른 통신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예컨대 KT숍을 통해 판매하는 '프리미엄 가족결합' 상품의 경우 LTE모바일과 인터넷에 TV나 집전화, 인터넷 전화 등을 추가로 결합할 경우 최대 9만361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면 데이터 무제한 최대 반값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다른 통신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신 UHDTV, LG노트북 등 사은품을 선택할 수 있고, 유무선 결합할 경우 가족끼리 나눠쓸 수 있는 가족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신사들이 그동안 결합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던 것은 당장 마케팅비 증가에도 3년의 약정 기간 때문에 가입자 락인(Lock-in) 효과와 해지율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IPTV와 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요금까지 묶어 할인해주는 식으로 경쟁이 심화되면 가입자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결합상품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화재 한 건으로 '통신 재난' 수준의 단절을 경험하며 TV와 인터넷, 모바일을 각기 다른 통신사에 가입해서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합상품 가입자들이 늘었기 때문에 당연히 통신 두절로 인한 피해도 클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할인 혜택과 사은품 등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는데 결합 상품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통신사 분리 가입을 고려하는 이용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은 "모바일과 방송, 통신 결합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인터넷 무선 통신을 이용한 기기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생사까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망에 대한 안전이나 통신 공공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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