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식…방시혁 축사 "타협하지 말고 분노하라"
학위수여식서 총 4919명이 학위 받아
오세정 "졸업 디딤돌 삼아 나아가라"
방시혁 대표 "세상에 타협하지 않길"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해 기여하라"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제73회 학위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2019.02.26. [email protected]
서울대학교 제37회 학위수여식이 26일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439명, 석사 1750명, 박사 730명까지 총 4919명이 학위를 받았다.
행사를 위해 오후 1시부터 모여든 학생들은 동행한 부모님에게 가운을 입혀주고 사진을 찍는 등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후배와 친구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다발을 든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더해져 체육관은 북적였다.
음대 기악과를 졸업한다는 정영수(27)씨는 "가족들하고 외식을 할 생각이고 졸업 이후에는 유학을 고민 중"이라며 "군대를 전역하는 느낌이다. 학교를 다닐 땐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막상 졸업하니 소속감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졸업하는 손자를 축하해주러 왔다는 호탁영(78)씨는 "우리 집에서 서울대학교 박사가 나왔다. 내 평생 우리 집안에서 박사는 처음"이라며 가운을 입고 호탕하게 웃었다. 호씨는 "손자가 삼성전기에 입사했고 3월4일부터 출근이다. 꽃다발을 주려고 가져왔다"며 기쁜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2.26. [email protected]
이어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고 매진하라. 남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일에 정진하라"며 "또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배운 자로서의 긍지와 겸손함을 가져라"고 당부했다.
학위수여식의 축사는 1997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방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모교의 축사는 무한한 영광이지만 저는 '꼰대'이기에 유의미한 말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며 "나는 구체적인 꿈이 없고, 원대한 꿈을 꾼 적이 없다. 매번 선택은 즉흥적이었고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봐도 느끼실 거다. 음악을 시작한 이유조차도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입을 뗐다.
그는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는 타협이 많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걸 못하고, 최선이 아니면 불만이 생기고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분노한다"며 "그리고 그 분노는 내 회사와 내 일의 원동력이었다.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데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관습, 음악계의 관행에 화를 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19.02.26. [email protected]
또 그는 "다만 공공에 반하는 파괴적 욕망을 행복이라 생각해선 안된다"며 "이를 위해 바깥 세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그 관심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이런 노력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기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방 대표는 "제 묘비에는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가 좋은 사람이라고 들으며 눈 감다'라는 내용이 적혔으면 좋겠다"며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여러분만의 멋진 인생을 살기 바란다. 졸업 축하한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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