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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떠는 전속고발권 두고 '검찰 VS 공정위' 2라운드?

등록 2019.12.01 11: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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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日회사 담합사건 놓고 공정위 늑장 고발 경위 조사

전속고발권 내려놓기로 했지만 공정위 내부 반발 여전

고발권 사수냐 폐지냐 두고 신경전 속 檢 수사 여론전?


[세종=뉴시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DB)

[세종=뉴시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DB)

[세종=뉴시스]위용성 김진욱 기자 = 검찰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부적절했다며 또 한 번 공정거래위원회 털기에 나섰다. 국내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담합을 벌인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를 늑장 고발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정부가 추진 중인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싸고 검찰과 공정위 간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이 공정위를 압박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사건에 대해 전문집단인 공정위의 고발이 반드시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을 두고 검찰과 '경제검찰' 공정위 사이의 묵은 감정이 이번 수사를 통해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공정위 사이 무슨 일이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승모)는 지난 27일 국내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담합을 벌인 일본 차 부품업체들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칼 끝은 공정위를 향했다.

지난달 말께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에 압수수색 한 검찰은 이번 사건 담당자인 사무관급 실무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고발 지연 경위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 사범에 대한 적정한 형벌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속고발권을 두고 검찰과 '경제검찰' 공정위 사이의 신경전은 오래됐다. 검찰은 지난 1996년 유통업체에 대한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한 공정위를 압수수색해 현직 국장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켰다.

2007년에는 지하철 7호선 입찰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일부 기업을 빼놓고 고발하자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 작년 6월에는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이 민간기업에게 공정위 출신 퇴직자 채용을 압박했다는 혐의로 대대적 수사를 진행했다.

현직인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간부 12명이 기소되는 공정위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 부위원장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이 무리한 조사로 망신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는 검찰과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시점이라 이 같은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2019.11.08.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email protected]


◇처벌 피한 日 차부품업체…공정위 또 늑장?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은 공정위가 적발한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히타치), 덴소, 다이아몬드 전기 등 4개 일본 업체의 이른바 '거래처 나눠먹기' 사건이다.

이들 업체는 자동차 전기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얼터네이터(alternator)와 자동차용 변압기 점화 코일 등 2개 부품 입찰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공급을 방해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일부러 높은 입찰가격을 내 들러리를 서는 수법을 썼다. 현대차의 그랜저, 기아차의 K7, 르노삼성차의 QM5, 한국지엠(GM)의 말리부 모델 등이 그 타깃이 됐다.

 담합을 벌이고도 이들이 처벌에서 자유로워진 건 공소시효(5년) 탓이다. 공정위는 덴소로부터 2012년 5월 자진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 개시는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14년이다. 당초 공정위는 조사 개시 시점인 2014년부터 공소시효가 적용돼 올해까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자진신고가 들어온 날을 조사개시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자진신고 시점인 2012년부터 치면 이미 2017년 관련 공소시효는 종료됐다.

◇檢 "공정위, 전속고발권 내려놔라"

이번에 담합을 한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지자 검찰은 공정위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공정위가 기업 담합 사건을 독점하면서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임박한 시점에서야 늑장 고발해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는 사례가 또 다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오래전부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검찰로서는 다시 한 번 공정위를 옥죌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고, 법무부와 공정위는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사회적 폐해가 큰 입찰담합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에선 전속고발권을 내려 놓는데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한 과장급 직원은 "카르텔 분야는 경쟁당국인 공정위 조직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안에 합의하고 같은 해 11월30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한 관련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 속에 검찰이 공정위의 늑장 고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공정위 안팎에선 일종의 '여론전'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7대 공기업 공정경제 정착 및 확산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9.11.26.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7대 공기업 공정경제 정착 및 확산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9.11.26. [email protected]


◇"공정거래 사건에 무조건 劍 들이대나" 우려도

검찰의 직접 수사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적잖다. 그중에서도 특히 별건수사가 꼽힌다. 공정거래 사건으로 수사를 진행하다 다른 혐의가 포착돼 별건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칼을 들이대면 자칫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라는 비대한 조직이 형사 처벌에 초점을 맞춰 전속고발권을 행사하다 보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공정위의 행정조치 대신 검찰이 형사처벌이라는 칼을 들이대면 오히려 시장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효율성 등 면밀한 경제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공정거래 사건에 유·무죄가 뚜렷한 형사적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위 '형벌 만능주의'로 흘러갈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정거래 사건을 행정부에서 담당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형사처벌 조항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처벌이란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해 검찰이 여러가지 장치 마련 등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외연을 넓히기만 하는 건 우려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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