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근무환경 왜 열악한가…"95%가 외주 하청업체"
각종 프로그램, 장비 탓 재택근무 불가능해
말을 많이 하는 탓에 마스크 착용도 어려워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관련 조치 아예 없어
"하청업체들이기 때문에 조치 안 하는 것"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0일 오전 건물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건물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2020.03.10. [email protected]
11일 콜센터업계에 따르면 상담 노동자들은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 콜센터 근무 프로그램 및 장비 탓에 재택근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집에서 근무를 하려면 녹음 등 업무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장비 등이 필요한데, 콜센터 업체들이 여기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 콜센터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콜센터 상담 노동자는 "컴퓨터 설치하고 연결되는지 보고 드는 시간이 있으니 투자하려고 하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콜센터 상담 노동자 A씨는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고객정보보호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할 때 말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했다.
A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상담원들은 숨도 차고, 안경 낀 직원들은 습기도 찬다"면서 "또 고객들이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지가 많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도로나 지하철에서 하기 때문에 안 들리면 왜 그렇게 말을 하냐고 화를 내시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A씨는 뉴시스와 통화 도중 "(상담원) 헤드셋이 전화 음량하고 큰 차이가 없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말했을 때 들리는 먹먹한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콜센터지부) 관계자는 "8시간 동안 계속 말을 해 보면 완전히 다 침으로 젖어버린다. 게다가 전달도 잘 안되고, 고객이 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지난 10일 오전 건물 콜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폐쇄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10. [email protected]
콜센터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대해 허술하게 대응하는 건 이들 대부분이 하청업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 콜센터지부 관계자는 "콜센터들에 다 외주를 주는 목적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주는 건데, 원청사가 돈을 들여서 그렇게 할바에는 직고용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일부 공공기관 콜센터를 제외한 전국 95% 이상의 콜센터가 하청업체들이다.
지난 10일 콜센터지부는 성명을 내고 "원청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콜센터 업체는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아야 하니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재택근무와 마스크·세정제 지급 등 상담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 90명 중 77명은 콜센터 직원이다. 콜센터가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은 지하 6층, 지상 19층 규모의 건물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콜센터는 7~9층과 11층에 있으며 직원 규모는 760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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