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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모든 가능성 논의"...이제 정몽규 결정 남아(종합)

등록 2020.08.26 19:58:37수정 2020.08.26 20: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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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M&A 3번째 회동...산은 "이동걸-정몽규, 모든 가능성 열고 논의"

[서울=뉴시스] 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DB) 2020.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DB) 2020.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6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아시아나 채권단의 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산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며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 이에 대한 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 회동을 가졌으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인수의지 확인을 위해 지난 20일 최고 경영진간 면담을 현산 측에 제안했고, 이를 정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회동이 성사됐다. 이번 회동이 마지막 담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 채권단이 통보한 거래 종결시한(8월12일)이 넘어 '노딜'(No deal·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번 회동으로 M&A의 불씨가 일단 살아났다. 두 수장은 대화를 통해 일말의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현산이 인수를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이 당초 계약금액보다 1조원 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정 회장에게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오기도 했지만, 산은은 협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만 전달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딜로 가려고 했으면 굳이 두 회장이 만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충분히 서면으로 오가고 이야기가 끝났을 수 있다"며 "이 회장이 플랜B(대안)를 제안하러 갔고, 정 회장은 들으러 갔다고 생각하면 퍼즐이 맞춰진다. 이 시점에 회동하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채권단이 갖고 있는 플랜B를 미리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 회장이 '현산이 인수를 한다면 이런이런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만큼 현산 입장에서는 계약 당시의 가격으로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이 회장이 정 회장의 의사나 현산의 요구사항 등이 뭔지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회동은 추가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생긴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두 회장이 인수 조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걸 "모든 가능성 논의"...이제 정몽규 결정 남아(종합)

산은이 인수조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만큼 모든 공은 현산으로 넘어갔다. 재협상 테이블에서 양 측은 세부 사항을 논의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건설이 주력사업인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업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라면 현산이 인수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HDC그룹의 다양한 사업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후,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채권단은 현산이 최종적으로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면 플랜B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이 깨질 경우 새 인수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만큼 채권단 관리체제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어 국유화한 뒤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완료했다. 양 측은 계약일로부터 6개월 내에 거래 종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약속했으나, 해외 기업결합승인심사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작업이 차질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거래종결을 계속 미뤄온 현산은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지난달 26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재실사를 거부하면서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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