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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박은태가 받아들인 '킹키부츠' 롤라…'진정 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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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08 17:23:32  |  수정 2020-09-14 10: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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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킹키부츠'. 2020.09.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존에 강하게 각인된 캐릭터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쪼개내는 묘수.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박은태의 '롤라'가 보여주는 기분 좋은 파격이다.

최근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네 번째 시즌을 개막한 '킹키부츠'의 롤라 역은 사실 겉보기에 박은태에게 불리(?)하다. 화끈하면서 도발적인 여장남자이자 드랙퀸인 캐릭터.

'지킬앤하이드' '스위니 토드' 등 묵직하고 비극적인 역할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 같은 신성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박은태는 그런데 '거룩하다'는 인상이다. 

더구나 그간 정성화, 강홍석, 최재림 등 뮤지컬계 비교적 우람한 체격의 배우들이 '거부할 수 없는 색깔'의 레드 킬힐을 신고, 이 역을 소화해왔다는 전례도 마른 체격의 박은태에게는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박은태는 캐릭터 해석에 객관식의 정답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롤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전보다 좀 더 근육을 키웠는데, 자신의 장점인 섬세함 역시 극대화했다.  

'킹키부츠'는 프로복서 아버지를 둔 드랙퀸 롤라와 아버지에게 신발공장을 물려 받은 '찰리'가 중심축이다. 이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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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킹키부츠'. 2020.09.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찰리의 구두공장에서 일하는 '돈'은 롤라와 찰리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린 시절 권투를 했던 롤라가 권투대결에서 자기를 봐준 걸 안 뒤 그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남자의 조건이었다. 돈은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발 공장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마돈나와 쌍벽을 이룬 신디 로퍼가 만든 곡들은 그루브로 넘실되는데, 박은태는 맑은 미성으로 '섹스 이즈 인 더 힐' 같은 흥겹고 솔풀한 노래에 신선한 화음을 불어넣는다.

박은태가 도전으로 여겨진 캐릭터를 제것으로 만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성의 박은태가 '지킬앤하이드'처럼 광포해야 하는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도 물음표가 찍혔다가, 이내 느낌표로 바뀌었다.

진정한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섬세함으로 증명해야 하는 롤라는 박은태에게 처음부터 맞춤옷이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화장을 하며 예쁜 옷을 입은 그의 롤라는 타고난 천성으로 세상의 선입견과 편견을 바꿔버린다.

인칭대명사 '히(he)'나 '쉬(she)'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힘. '진정 강한 사람'은 외모가 아닌 내면에서 온다는 것을 박은태의 롤라는 새삼 보여준다. 당당함을 갑옷처럼 두르고, 여전히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 우뚝 서는 롤라가 박은태를 통해 무대 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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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킹키부츠'. 2020.09.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킹키부츠'는 사람들의 관계가 느슨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코로나19 시대에 연대의 중요성을 짚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롤라와 찰리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드랙퀸 용 하이힐 부츠인 '킹키부츠'를 함께 제작하게 되면서 서로 인정하고 화합하는 이야기. 물리적 거리감은 어쩔 수 없어도 마음의 거리감은 만들지 말자는 메시지를 기분 좋은 에너지로 전한다.

이를 압축한 대표적인 장면은 1막의 마지막. 갓 만들어진 '킹키부츠' 한 쌍이 막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나오는 부분이다. 미국 록밴드 '오케이고'(OK Go)가 2006년 러닝머신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한 번에 찍는 '원 테이크'로 촬영해 화제가 된 '히어 잇 고즈 어게인(Here It Goes Again)' 뮤직비디오를 참조했다.

롤라와 찰리를 비롯해 앙상블들이 들썩거리는 리듬의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를 함께 부르며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춤을 추고 미끄러질 때, 코로나 블루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지금까지 '킹키부츠'의 흥행 주역을 맡아온 최재림, 원조 롤라인 강홍석도 이번에 롤라를 다시 맡는다. 그룹 '인피니트' 김성규가 이번에 찰리 역으로 새로 합류했고, 보컬그룹 'SG워너비' 멤버인 이석훈이 찰리로 돌아왔다.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지켜 좌석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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