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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된 해시계 '앙부일구' 보니… 24.1㎝× 11.7㎝ "보물급 보존상태"

등록 2020.11.17 16: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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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정보 입수해 6월에 경매 참여…8월에 반입

앙부일구, 세종대왕 애민정신 담은 최초의 공중 시계

"보물로 지정된 앙부일구 2점에 버금가는 보존 상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앙부일구'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앙부일구를 공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과학문화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란 뜻이다. 앙부일구는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됐으며, 문화재청이 이 정보를 입수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매입했다. 2020.11.1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앙부일구'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가 앙부일구를 공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과학문화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란 뜻이다. 앙부일구는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됐으며, 문화재청이 이 정보를 입수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매입했다.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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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때를 아는 것보다 중한 것이 없는데…밤에는 자격루가 있지만 낮에는 알기 어려워…신(神)의 몸을 그렸으니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것이요. 해에 비쳐 각(刻)과 분(分)이 환하고 뚜렷하게 보이고, 길 옆에 설치한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앙부일구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알 수 있는 해시계다. 세종16년 1434년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종묘와 혜정교(惠政橋·서울 종로)에 최초로 설치됐다.

일반 백성이 최초로 사용했던 공중(公衆) 해시계 앙부일구 한 점이 미국에서 돌아와 17일 언론에 공개됐다.

세종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종로 거리에 세워 시간과 절기를 알도록 배려했다. 농사를 짓는 등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시간과 24 절기를 스스로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에 비치는 해그림자(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게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앙부일구' 언론공개회에서 앙부일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 과학문화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란 뜻이다. 앙부일구는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됐으며, 문화재청이 이 정보를 입수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매입했다. 2020.11.1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앙부일구' 언론공개회에서 앙부일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 과학문화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란 뜻이다. 앙부일구는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됐으며, 문화재청이 이 정보를 입수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매입했다.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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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점), 방위(方位), 일몰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유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 국내 소장 유물들과의 과학적 비교분석 등을 진행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6월까지 수차례 경매가 취소되고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마침내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경매에 참여한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앙부일구가 언제, 어떻게 미국에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인 개인 소장자가 세인트루이스 골동품상에 내놓은 것을 다른 개인 수집가가 구입해 보유하다가 이번에 경매에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이 기기를 특이한 공예품이라고 생각할 뿐 그 가치를 모른다. 비로소 국내에 환수됐을 때에야 빛을 발할 수 있기에 이번 환수의 의미가 크다"며 "현재 앙부일구 2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 역시 보물로 지정해도 될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매입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미국서 귀환한 앙부일구(사진=문화재청 제공)2020.1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서 귀환한 앙부일구(사진=문화재청 제공)2020.11.17 [email protected]

현재 국내에 7점의 앙부일구가 존재하는데, 세종 때 만들어진 앙부일구는 현존하지 않는다.

이번에 매입한 앙부일구 역시 제작 시기는 1713년(숙종 39년) 이후로 추정된다.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의 가치에 대해 "한양의 위도에서 태양운행의 다양한 정보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해시계"라며 "제작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과학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미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돌아온 앙부일구는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되며 자격루, 혼천의 등 기타 과학 문화재들과 함께 연구, 전시,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계획이다. 특히 언론공개 다음 날인 18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모든 국민에게 특별 공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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