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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앓는 스타들…"연예인안심클리닉 필요"

등록 2020.11.1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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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불규칙한 생활·경제적 어려움 등 원인

연예인 심리상담 건수 600건, 9년 만에 15배↑

약물 오남용 막고 매니저 자살예방교육도 필요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670명으로 전년보다 1207명(9.7%)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의 모습. 2019.09.24.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670명으로 전년보다 1207명(9.7%)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의 모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불안하죠. (미래가)굉장히 불안하죠. 운좋게 실력이 없어도 잘됐는데 밑천이 드러나면 어쩌나 불안해요. 이 성공이 지속되지 않을까봐 불안해요. 극도의 불안이 몸에서 나타나고 있고…불안장애 약을 먹고 있어요."

방송인 정형돈(42)이 지난 2012년 9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털어놓은 심경이다. 그로부터 8년여가 흐른 이달 초 정형돈은 불안장애 증세 악화로 지난 2015년 11월에 이어 또 다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정연(24), 가수 볼빨간 사춘기 안지영(25) 등 올해에만 벌써 많은 연예인들이 불안 증세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연예인들은 왜 마음이 아플까.

연예인들이 마음의 병을 앓는 원인으로는 악성댓글, 불규칙한 생활, 일정하지 않은 수입 등이 꼽힌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악플(악성댓글)에 쉽게 노출돼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생활이 불규칙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프라이버시 때문에 치료를 받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에 비상등이 켜졌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마음의 병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는 "(연예인들은)지켜보는 눈이 많다보니 힘들 때 도움을 받거나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고 혼자서 삭이는 경향이 있다"며 "소속사도 자신을 상품으로 본다고 생각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막상 정말 힘들 땐 소속사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연예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6~8월 연예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연예인은 18%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실시한 일반인 대상 조사 결과(평균 5%)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연예인들을 위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1년부터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해 정신 상담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진흥원에 따르면 연예인 심리상담은 2011년 40건에서 올해(1~10월) 600건으로 15배 증가했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상담받은 연예인은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소년 연예인과 연습생에서 일반 연예인으로 지원 대상이 확대됐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심리상담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심리상담이 전문 상담사와 연예인간 일대일로 이뤄지다보니 지원 비용(회당 5~10만원)이 많이 들어 예산을 늘려야 한다. 홍보도 소속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거나 예방하려면 교육과 함께 치료비 지원과 상담서비스 확대, 개인정보 보호를 통한 적극적인 치료 유도 등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청소년 등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자살예방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한국연예매니저협회와 손잡고 '올해의 매니저 의무교육' 프로그램에 자살예방교육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도 내년 초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연예인 담당 매니저나 주변인들이 자살 징후 등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연예인들이 소속사와 별도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박사는 "소속사는 사전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연예인이 연습생 시절이나 데뷔 초부터 정신과 전문의와 관계를 형성해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체계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속사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박사는 "연예인들이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약물을 처방받기보다 임시방편으로 약을 구해 오남용하는 현상이 있다"며 "수면제 등을 오남용하면 위험한 행동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예인대중문화재단을 통한 치료비 지원과 상담 연계 서비스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백 교수는 "소속사 연습생이나 연극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 접근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에게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연예인들에겐 교육을 통해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주고 진료시간 편의를 봐주는 '연예인안심클리닉' 개설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프라이버시 노출을 우려해 정신질환을 치료받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많다는 이유다. 백 교수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지만 연예인의 자살은 대중적 파급력이 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소속사의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며 "민관협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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