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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벤투호가 유럽으로 간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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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0 11: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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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천신만고 끝에 벤투호의 유럽 원정이 마무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에 대한 공포가 남았지만, A매치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통산 A매치 500승이란 값진 성과도 얻었다.

1년만에 어렵게 준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해외 원정 평가전에 적신호가 켜진 건 멕시코와의 첫 경기를 앞둔 지난 12일(현지시간)이었다.

오스트리아 출국 72시간 전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전원 음성 반응을 보였던 선수단이 현지 도착 후 시행한 2차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무려 6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후 추가로 확진된 스태프까지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벤투호의 코로나19 공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럽 원정이 마무리된 18일 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황희찬(라이프치히)과 스태프 1명이 추가 감염됐다는 공지가 날아왔다. 이로써 감염자는 총 10명으로 늘었다.

선수 간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축구협회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텔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선수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1인 1실을 사용했다.

또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 이외의 장소로는 이동을 금지했다. 그런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일명 '깜깜이 전염'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팀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고, 멕시코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축구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무모한 원정", "돈 때문에 해외 원정을 하러 갔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벤투호가 유럽으로 향한 건 재정적인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축구협회는 올해 국내 A매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하면서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경기가 열리지 못해 약 185억원에 달하는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이 사라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A매치 미개최로 인한 후원사들의 불만도 커졌다. 축구협회는 10개사 후원을 받고 있는데, 총액이 400억원 가량이다. 올해 마지막 A매치 주간인 11월 해외 원정을 가지 못했다면,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원정이 오로지 금전적 계산 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전 세계 축구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엔 일본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고, 이번에도 한국과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파나마, 멕시코와 평가전을 소화했다.

불과 한 달 전 일본이 유럽 원정에 나설 때 벤투호는 국내에서 올림픽대표팀과 이벤트성 경기를 하냐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왜 갔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2주 격리로 국내 평가전 개최는 불가능했다. 그런 와중에 축구협회는 코로나19 대응이 유연한 유럽을 평가전 장소로 정했다. 그중 오스트리아를 선택한 건 9월 당시 유럽에서 가장 감염률이 낮은 국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오스트리아의 하루 확진자는 200여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장소와 상대를 결정한 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10월에는 하루 확진자가 1000여 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또 오스트리아엔 한국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국인 멕시코, 카타르는 물론 일본, 파나마, 미국과 코스타리카 등이 캠프를 차렸다. 축구협회의 장소 선택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심지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유럽은 국가대항전인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를 계속 치러왔다. 지난달엔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호날두를 제외하고 A매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전 세계 축구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면 그게 더 비정상적이다. 만약 이번 원정 A매치를 치르지 않았다면, 한국은 내년 3월 재개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까지 유럽파 등과 발을 맞추지 못했다.

멕시코, 카타르와 A매치를 통해 손흥민의 존재감을 재확인했고, 소속팀에서 부진에 빠졌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등이 골맛을 보며 자신감을 찾았다. 또 김민재(베이징궈안), 김영권(감바오사카) 등 주전 수비수가 빠진 가운데 원두재(울산)의 센터백 실험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얻는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 황희찬, 황인범(루빈카잔) 등 일부 유럽파는 당분간 자가 격리로 팀 일정에 나설 수 없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예정이었던 전북 현대와 FC서울 선수들은 코로나19 공포로 대회를 포기했다.

이미 많은 국가가 A매치를 재개한 상황에서 수백억 원의 재정이 걸린 대표팀 비즈니스를 무시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이후 확진 선수 이송 문제 등 매끄럽지 못했던 협회의 대처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가 일상인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준비만큼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방역 매뉴얼과 지원 대책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이번 유럽 원정 사태를 곱씹고 복기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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