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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사태 촉발' 범LG 3세 횡령사건 공범들, 1심 실형

등록 2020.12.12 11:01:00수정 2020.12.12 1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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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현씨, 무자본으로 상장사 인수→횡령

일당들 집행유예~징역 3년6개월 선고돼

인수했던 '파티게임즈'엔 라임 돈 400억도

횡령 등으로 2018년 상장폐지 위기 처해

이종필, 손실 감추려 '돌려막기 투자' 혐의

손실 숨긴 라임 펀드→막대한 투자 유치로

구본현과 돌려막기 도운 '김 회장'은 도주

[서울=뉴시스]라임자산운용. 2020.3.30(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라임자산운용. 2020.3.30(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범LG가(家) 3세 구본현씨와 함께 무자본 M&A로 상장사를 인수한 후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인수한 상장사에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자금 수백억원이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처하자,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은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 등과 함께 '돌려막기 투자'로 투자 손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손실을 숨긴 라임 펀드는 허위의 수익·안전성으로 대량 투자를 유치했고, 이는 결국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이 된 것이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최모씨에게 지난 4일 징역 5년의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구씨가 회장으로 있던 전자통신기기 부품의 제조 및 판매 업체 '모다'의 부회장이다. 최씨와 함께 모다 부회장을 지낸 이모씨에게도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3억원이 선고됐다. 모다의 대표이사를 지낸 김모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의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구씨와 함께 지난 2016년 2월 기업인수 및 합병, 구조조정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한 후 기업 M&A, 금융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또 다른 이모씨를 통해 자기자본 없이 전액 대출로 모다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다의 회장이 된 구씨와 부회장이 된 최씨, 이씨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하면서 투자금을 끌어모아 또 다른 상장사 인수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모다 주식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이 어렵게 되자 다시 전액 차입금으로 '파티게임즈'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인수한 후 마찬가지로 CB 및 BW를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티게임즈가 발행한 BW에는 2017년 7월께 400억원의 라임 돈이 투자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은 모다와 파티게임즈 사이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지인 명의로 인수전을 펼치고, 담보로 제공한 경영권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주가부양 등 주가 조작을 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14. [email protected]

이후 모다와 파티게임즈는 구씨 등 일당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이들은 모다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 중 22억1414만원을 유흥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티게임즈 자금을 구씨 등 일당의 차명법인에 경영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 이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2017년께 총 24억2000만원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러 곳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파티게임즈는 2018년 3월께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라임, 400억 들어간 '파티게임즈' 상폐 위기에 '돌려막기 투자'

일각에서는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가 이후 벌어진 라임 사태의 불씨를 당겼다고 평가한다. 라임 돈 400억원이 들어간 파티게임즈의 상폐 위기로 라임은 투자손실이 공개될 위기에 처했는데,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면 펀드 환매 요청이나 신규 투자 중단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라임 측이 펀드 '돌려막기' 투자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8월 이 전 부사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여기에는 이 전 부사장이 파티게임즈에 돌려막기 투자를 했다는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2018년 파티게임즈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손실 위험이 커지자,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 등을 통해 파티게임즈에 투자했던 400억원의 부실을 감추기 위한 돌려막기 투자를 했다고 봤다.

라임의 다른 펀드를 통해 3개의 메트로폴리탄 관계사 등에게 4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후, 이 돈으로 이미 부실이 발생한 파티게임즈의 BW를 액면가 그대로 사들이게 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14. [email protected]


'김 회장', 구본현 등 핵심 인물은 해외로 도피 중

모다 및 파티게임즈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일당들은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주범으로 거론되는 구씨는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재판부는 일당에 대해 선고하면서 "재벌가 3세로서 거액의 자금 조달을 거짓으로 약속한 구본현이 각 범행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씨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아들이다. 구씨는 지난 2018년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이미 네덜란드로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에 대해서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이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라임 펀드 투자의 부실을 감춘 혐의를 받는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도 해외 도피 중이다.

김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약 3500억원을 투자받은 대가로 이 전 부사장에게 개인 운전기사 급여, 외제차 리스대금, 메트로폴리탄 계열사의 지분 매각대금 등 합계 25억9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라임 사태 연루 의혹이 나오던 시기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이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경위, 해외로 잠적한 김 회장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면서 메트로폴리탄 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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