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공교육 지각변동…"대입 개편에 성패 달렸다"
대입 그대로면 내신 경쟁·선행학습 열기 세질 수도
명문고 선호·농산어촌 인프라 격차 심화 우려 제기
"고입경쟁 완화되면 中 자유학기제 3학년 가능성"
[서울=뉴시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1.0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중학교 교육과 대학입시가 지금과 같은 형태일 경우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사교육 팽창, 명문고 선호현상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7일 교육 전문가들은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입시 고민 없이 충분히 진로교육을 받도록 하고 대입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담을 낮추는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대입 개편 착수…"수능과 고교학점제는 상극"
그러나 현행 대학입시가 유지된다면 변별력을 강조한 다른 대입요소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학교에서 수능 대비 문제풀이식 수업이 반복되고, 나아가 학습이력을 관리하는 형태의 사교육이 팽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종로학원은 "고1 공통과목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초6 학생부터 전 과목 내신 선행학습 열기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고2·3학년 때에는 수능에 적용되는 선택과목에만 집중될 수 있고, 선택과목 성취 평가제로 인해 내신 퍼주기를 하는 학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을 우리 대한민국 학교교육이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미래교육으로 전환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2025년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이후 적용될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고교학점제) 제도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교육계에서 제시된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방안으로는 정시·수시 통합 방안이 있으며, 수능도 전 과목 절대평가화 또는 자격고사화, 서술·논술형 도입안 등이 거론된 바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입 단순화가 필요하다"며 "수능과 고교학점제는 상극이다. (대입에서) 내신의 실질 비중을 높이면 공교육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낮추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도 특정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과목을 미리 제시하는 등 고교 내신과 과목 선택이 불리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3 자유학기제? 고교입시 부담 완화 관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31.2%는 학생들이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학생들의 과목선택을 지도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중1 위주로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는 자유학기제 또는 자유학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 제도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성천 교수는 "외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굳이 중학교 내신을 상대평가에 대한 변별력 위주로 만들 이유가 없어진다"며 "영재학교·과학고를 존치하더라도 입시를 손보게 된다면 중학교 고입경쟁이 완화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자유학기제는 중3 또는 고1 대상 전환학기제로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중1 위주로 실시하게 됐다"면서 "2024년부터 중3 자유학기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교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학교별 교육 여건이 다르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산어촌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명문고교 위주로 다른 고교 서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 충분한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학교 밖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사로 활용한다지만 한계가 있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입장에선 섬 지역 고등학교의 A등급과 서울 강남구 고교의 A등급을 똑같이 볼 수 없게 된다"며 "대학은 가능하면 점수 대신 어느 학교인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2025년 (자사고·외고 폐지 등) 고교체제가 전면 개편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된다면 학교를 유형화와 학생 선발 결과로 나타난 학교 서열화는 이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역량이 중요해진다. 다양한 맞춤형 교육, 공간 조성 등이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는 과정이라고 보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결정했지만 아직 헌법소원 등 법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만큼 다음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어받을지도 미지수다.
정부·여당은 이같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기속력을 지닌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연내 설치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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