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연실업률 3.9%…고용 악화되나
실업률(4%), 자연실업률 상회하며 고용 악화 조짐
한은 "장기 추세는 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를 찾은 시민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2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65만2000명(2.5%) 증가했다. 이는 2014년 8월(67만명)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2021.05.12. [email protected]
1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를 이용한 자연실업률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를 이용한 자연실업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3.3%에서 2020년 3.9%로 상승했다고 추정했다. 자연실업률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실업률 혹은 노동시장의 균형 실업률을 의미한다. 경기와 관련 없이 인구구조, 기술진보, 노동시장 제도 등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장기균형 상태의 실업률이다.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높으면 고용상황이 안 좋다고 볼 수 있고, 반대의 경우 고용상황이 좋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실업률은 2002년 3.7%에서 2011년 3.3%로 추세 하락해 왔으나 금융위기 이후인 2013년 3.4%에서 2020년 3.9%로 추세 상승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최근 고용상황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을 상회하면서 노동시장 유휴수준이 크게 늘어났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연실업률 추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추가적인 자료가 확보돼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자연실업률의 추세 상승은 신규 실업자 유입 증가보다 기존 실업자의 실업 탈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됐다. 또 구직기간 4~6개월의 장기실업률 추세 상승이 금융위기 이후 자연실업률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20년 중 평균 매월 35만명이 신규 실업자로 유입되며 이는 전체 실업자 중 39%를 차지한다. 한은이 구직기간별 실업탈출 확률을 계산한 결과 신규 실업자의 실업탈출 확률이 2000~2020년 평균 45%인 반면, 구직기간이 4개월인 경우는 33%로 낮아졌다.
오 차장은 "구직기간이 짧을수록 단기간 내에 취업을 하고 실업에서 벗어나는 반면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장기간 실업상태를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실업자는 노동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과 관련성이 높으며, 장기실업자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인구구조 특성별로는 여성 및 노년층의 실업률 상승이 전체 자연실업률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녀 모두 금융위기 이후 자연실업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여성의 상승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녀 자연실업률은 금융위기 이전 0.8%p(2002~2009년중 평균) 격차로 남성이 더 높은 수준이었으나 2020년 들어 역전됐다. 오 차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지난 10년간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며 "노년층의 경우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노년층의 노동시장 잔류 경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실업률과 물가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단기 실업자는 물가와 관련된 노동시장 유휴 수준을 잘 반영하는 반면, 구조적 실업에 의한 장기 실업자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오 차장은 "장기실업자의 추세 증가가 금융위기 이후 자연실업률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자연실업률 상승이 단기적·마찰적 실업보다는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미스매치 증가 등 장기적·구조적 실업 증가에 크게 기인했음을 시사한다"며 "인구구조 특성별로는 여성 및 노년층의 실업률 상승이 자연실업률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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