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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국필'의 멋과 매력...일중 김충현 탄생 100주년 특별전

등록 2021.06.08 14:15:33수정 2021.08.11 11: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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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미술관서 150점 전시

[서울=뉴시스] 서산에 저녁노을 바라보니/ 봉우리에 흰 안개 가로놓였네촌락은 어느 곳인가/ 숲 가지에 평평하게 바라보이네저물 녘 초동은 골짜기로 돌아오니/ 고사에 종소리 들리네연못에 서쪽으로 서 있으니/ 졸졸 물소리 그윽이 나오네/ 기미년(1979) 은춘(3월) 한와연재에서 쓰다 일중거사

[서울=뉴시스] 서산에 저녁노을 바라보니/ 봉우리에 흰 안개 가로놓였네촌락은 어느 곳인가/ 숲 가지에 평평하게 바라보이네저물 녘 초동은 골짜기로 돌아오니/ 고사에 종소리 들리네연못에 서쪽으로 서 있으니/ 졸졸 물소리 그윽이 나오네/ 기미년(1979) 은춘(3월) 한와연재에서 쓰다 일중거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은 ‘일중체(一中體)’가 탄생될 정도로 우리나라 서예의 상징이다.서예인치고 '일중'의 그림자를 벗어날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7세 때 안진경체를 쓰기 시작, 전서와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한문 5체를 모두 섭렵한 서예가였다. 전국의 묘비의 비문과 동상의 이름이 대부분 그의 글씨다. '4·19의거 희생자 묘비' '권도원수 행주대첩비명' '이충무공 한산도제승당비' '예산 윤봉길의사 기념비' '백범 김구선생 묘비' '사육신묘비' '의암 손병희 선생 묘비'가 그의 글씨로 쓰여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필, 이른바 '국필'로 꼽힌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으로 서예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일중의 시대'도 옛일로 묻혀졌다.

하지만 그를 기리는 (사)일중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재년)가 있어 '일중 김충현'의 존재감은 여전히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일중 김충현, 촬영 임응식. 사진=백악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일중 김충현, 촬영 임응식. 사진=백악미술관 제공.


김충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전시로 '一中, 시대의 중심에서'를 타이틀로 8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일중(一中)의 글씨와 함께 근현대서예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로 약 150점을 선보인다. 
 
◇정통파 일중(一中)서예의 전모 조명

이번 전시는 근현대사의 곡절과 서구미술의 침범 속에서 우리 예술의 토대이자 근본인 ‘서예’를 정통으로 지켜내고, 그 중심을 단단히 일신해낸 일중(一中)의 예술 세계의 전모를 조명한다.

일중(一中)은 한글와 한문, 전통과 현대, 서예와 사군자 등 다양한 장르로 분포된 근현대서예가들 중 한글과 한문서예에 두루 정통했던 서예가다.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 한글 서예의 교본을 완성할 정도로 우리글의 보급에 앞장섰다. 특히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등 옛 판본체를 모범으로 한 고체(古體)의 보급은 기존 궁체 위주의 한글서예의 폭을 크게 넓혔다.

일중기념사업회측은 "일중의 서예를 한글과 한문, 둘로 딱 잘라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의 서예를 한글과 한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한글서예가 해방 후라는 구체적인 시공간 안에서 급성장한 분야인 만큼,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의 작품을 살펴보기에 이와 같은 분류가 더 유효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장우성(1912~2005)_괴석도(怪石圖)_66x44cm_종이에 수묵채색_1984_일중선생기념사업회 소장

[서울=뉴시스] 장우성(1912~2005)_괴석도(怪石圖)_66x44cm_종이에 수묵채색_1984_일중선생기념사업회 소장


◇‘일중체(一中體)’의 탄생을 중심으로 전시 구성

1부 '서예에 눈뜨다'에서는 일제강점기 일중(一中)이 서예를 공부하며 접한 자료들과 그의 해방 이전 작품들을 살펴본다. 일중은 일제강점이라는 상황 속에서 한문서예와 궁체 연구를 병행했다.

2부 '일중의 한글서예, 변화의 중심에 서다'에서는 해방 후 그의 한글서예를 살펴본다. 해방 후는 일제로 인해 억압되었던 한국문화를 되살리고, 독립지사와 열사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와 동상이 활발히 제작되던 때로, 일중은 자신의 한글 서예가 새로운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길 원했다.

특히 한글 고체(古體)로 동상명과 비문에 웅장함을 더하고, 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시가들을 선정해 그 운율을 다양한 서체로 담아낸 것이 그의 한글서예가 이룬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3부 '서체의 혼융, 일중체(一中體)를 이루다'는 그의 한문서예를 서체와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 일중을 대표하는 한문 서체는 예서(隸書)이다. 하지만 그의 예서는 다양한 서체의 묘미를 한데 녹여낸 결과로, 특히 한글서예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장 한국적인 예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4부 '제호(題號)와 비문(碑文)'에서는 그가 남긴 제호와 비문을 살펴본다. 박래현, 천경자, 정종여, 김은호 등이 그린 표지에 김충현의 제호가 더해진 책들도 공개한다.

또한 일중이 쓴 ‘수정아파트’, ‘천마콘크리트’에서 보이는 ‘아파트’, ‘콘크리트’와 같은 글자는 서예가 사회와 함께 호흡했던 시절을 느끼게 한다. 또한, 그가 남긴 700여기의 방대한 비문과 동상 이름들은 그 목록만으로도 한국근현대사의 일면을 비춘다.

[서울=뉴시스] 茸茸艸覆沙 湜湜江分渚 瞻望人已遐 歸舟背平楚丁卯(1987)菊秋 一中居士가득 풀이 모래를 덮고/ 강가에는 맑은 물 출렁이네바라보니 사람은 이미 멀리 가있고/ 돌아가는 배 너른 들을 등지고 있네정묘(1987) 국추 일중거사

[서울=뉴시스] 茸茸艸覆沙 湜湜江分渚 瞻望人已遐 歸舟背平楚丁卯(1987)菊秋 一中居士가득 풀이 모래를 덮고/ 강가에는 맑은 물 출렁이네바라보니 사람은 이미 멀리 가있고/ 돌아가는 배 너른 들을 등지고 있네정묘(1987) 국추 일중거사


마지막으로, 5부 '일중과 사람들'에서는 김충현이 평생에 걸쳐 출판한 서예교재들과 그가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주고받은 작품과 편지들이 전시됐다. 특히 박종화, 장우성, 김경승, 김기창, 서세옥, 유희강 등 유명 작가들이 남긴 친필 편지와 작품들은 서로 글씨와 그림을 주고받던 당대 문화 예술계의 그윽한 멋과 매력을 전한다.

마음(心)에 하나(一)의 중심(中)이 서면 충(忠)이 된다는 김충현의 호처럼 서예 하나만을 충심으로 섬기며 꿋꿋하게 나아간 그의 글씨와 행보는 ‘중심(中心)을 잘 잡고 살아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는 7월6일까지.
'명필·국필'의 멋과 매력...일중 김충현 탄생 100주년 특별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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